[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 전체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장 9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IDC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전망하며 -4.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점이 눈길을 끈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면 감소폭은 -7.2%까지 떨어질 것이라 봤다.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며 최악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상위 기업의 쏠림 현상도 도드라진다. 실제로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상위 10개 기업의 총 매출액은 724억87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났다. 중국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IC인사이츠의 조사에서 처음으로 톱10에 올라 눈길을 끄는 가운데 상위 기업 중심의 성장세는 1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하반기 반도체 업황 악화 가능성이 높다는 징후는 속속 발견되고 있다. IDC의 조사 외에도, 믿었던 서버용 반도체 시장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PC 판매량 자체가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경제상황 악화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역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 출처=삼성

PC용 D램(DDR4 8Gb 기준) 1개당 고정거래 가격이 최근 급상승했으나 이러한 흐름도 큰 틀에서 업황 악화에 무게를 둔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1Gx8 2133㎒)의 고정거래가격은 3.29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며 가격 상승폭으로만 보면 2017년 1월 이후 최대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나치게 낮게 형성된 가격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D램 현물가와 고정가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현물가가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조만간 고정가도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아직 바닥을 헤매는 중이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 전반에 대한 걱정은 더욱 깊어지는 중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 기준으로는 앞으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올해 초부터 제기되던 메모리 반도체 V자 상승 시나리오가 사실상 폐기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마저 선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연내 17나노 D램을 양산할 계획을 발표했고 이는 기술격차로 볼 때 삼성전자와 3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다. 최근 양쯔메모리(YMTC)는 128단 QCL 3D 낸드플래시 생산을 성공한 데 이어, 샘플 테스트까지 통과한 상태다.

시진핑 주석은 2025년까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다시 꿈틀대고 있어 역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