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orld)에 나오는 풍경 화면. 디지털과 비디오 표현을 통해 원격으로 실제 자연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출처= Nintend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환경심리학자 로저 울리히는 1972년부터 1981년까지 10년 동안 담낭제거 수술을 받은 46명의 환자들의 기록을 조사했다. 병실 창문을 통해 작은 숲을 내려다볼 수 있었던 환자들이 창문이 없어 벽돌 담만 바라본 환자들보다 회복 기간이 평균 24시간(하루) 정도가 빠른 것을 발견했다. 울리히는 자연경관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큰 회복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 실험 결과는 지난 한 세대 동안의 자연 연구에 영향을 주었다. 나무 경관을 볼 수 있는 환자들이 수술 후 회복 기간이 짧았으며, 간호사의 부정적인 평가도 적었고, 진통제를 덜 복용했으며, 수술 후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낮았다. 비록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지구의 식물들은 환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기친 것이다.

코로나 19는 많은 사람들을 실내에 가두어 놓았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우리 생활이 도시화와 컴퓨터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거대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가 크게 손상되어왔다. 나무들 사이로 바스락 거리는 바람 소리 같은 작고 고요한 순간들에서부터 산꼭대기에서만 볼 수 있는 펼쳐진 대자연의 장관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광활한 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레드 데드 리셉션 2>(Red Dead Redemption 2) 같은 게임 대작에 나오는 풍요로운 자연도 실제 자연과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의 뇌를 자극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니까 말이다. 전 세계 과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가상 자연(virtual nature)도 진짜 자연처럼 우리에게 심리적, 생리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가, 비디오 게임과 VR 기술을 사용해 우리가 어떻게 원격으로라도 자연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한 연구를 소개했다.  

자연의 매력

울리히의 병원 실험으로부터 30년이 지난 2010년, 캐나다 워털루 대학 심리학과의 작은 팀이 가상의 숲에 노출되더라도 스트레스가 감소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상 시뮬레이션에 나오는 숲은 2006년 올해의 게임 상을 수상한 판타지 게임 <엘더 스크롤스 4: 오블리비언>(Elder Scrolls IV: Oblivion)의 도구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참가자들은 1600 평방미터의 무성한 나무숲 환경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물론 가상 숲이기 때문에 실제 자연 숲에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무 뿌리 냄새나 미세박테리아는 마주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가상의 숲에서 여유로운 느낌을 즐겼다. 이들에게서 긍정적인 감정은 높아졌고 불안의 징후를 나타내는 심박수와 피부 전도율은 크게 떨어졌다.

디지털 자연 세계의 경험이 건강과 웰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가상 자연 프로젝트의 알렉스 스말리 연구원은 “풍요롭고 푸른 자연 경치는 우리의 주의력을 회복시켜준다”고 말한다.

“우리가 호숫가에 앉아 잔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뇌가 잔물결이 왜 생기는지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뇌를 이완 상태로 이끌어 그동안 일에 집중했던 뇌의 한 부분이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할 수 있게 해주지요.”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는 그런 효과를 단순히 실제 자연에서뿐 아니라 디지털과 비디오 표현을 통해 원격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말리 연구원은 “2017년 출시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orld)에서 부드럽게 흔들리는 잔디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차분하고 최면적인 효과를 증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호라이즌 제로 던>(Horizon Zero Dawn) 같은 게임 풍경 속의 자연은 생태학적 아름다움의 연속이다.      출처=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임상적 용도는 다양하다. 스말리 연구원은 큰 수술에서 회복하는 환자들, 면역결핍증 환자들, 요양원의 노인처럼 신체적으로 야외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상 자연을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클렘슨 대학교의 공원 및 오락관광학과 교수이자 가상현실·가상자연 연구소 소장인 매튜 브라우닝의 지적대로, 가상 자연은 자연의 시각적 요소만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 나무, 식물들이 대기 오염물질과 소음 흡수에서부터 우리의 면역 체계를 증가시키는 피톤치드(phytoncide)라고 알려진 화학 물질을 분비시키는 것까지는 모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숭고한 디지털 풍경

요즘같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재택 격리된 많은 사람들이 집중화된 실험실 수준의 가상 자연에 접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호라이즌 제로 던>(Horizon Zero Dawn) 같은 게임 풍경 속의 자연은 생태학적 아름다움의 연속이다. 이 게임의 개발사는 자연의 미세한 변화뿐만 아니라 우뚝 솟은 삼나무, 굴곡진 계곡, 별이 가득한 광활한 하늘 같은 자연 풍광을 정교한 사진처럼 재생해 냈다. 그런 자연 장관은 우리가 실제 자연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경이로움을 준다.

가톨릭 밀라노 성심대학교 심리학과의 앨리스 시리코 연구원은 “이러한 경외심이 긍정적 정신 건강을 자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제,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봉쇄되어 있는 동안 실제 자연보다 비디오 게임에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