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메뉴는 수익성이 높아 많은 패스트푸드 회사들이 아침 식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들여 왔다.    출처= Pinterse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해 미국의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아침식사 메뉴 경쟁에 올인했다.

웬디스(Wendy's), 맥도날드, 던킨 등 내로라하는 패스트푸드 회사들은 새로 선보인 치킨 샌드위치에서부터 식물성 고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옵션을 테스트하면서 아침식사 메뉴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사람들이 집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이제 아침식사 메뉴는 가장 실적이 나쁜 부문으로 전락했다. 맥도날드의 크리스 켐프친스키 CEO는 지난주 1분기 실적발표에서 “다른 메뉴에 비해 아침식사 메뉴가 가장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버거킹, 파파이스(Popeyes), 팀 홀튼(Tim Hortons)을 소유하고 있는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 (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의 호세 실 CEO도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점심과 저녁 메뉴가 호조를 보인 반면 아침 메뉴와 스낵 부문이 크게 감소했다” 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아이홉(IHOP)의 제이 존스 대표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아침은 직접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면서 “만일 하루 한 끼 정도를 밖에서 때운다면 대개 저녁 식사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저녁 식사 부문에서는 맥시칸 프랜차이즈 치폴레(Chipotle)나 베이커리 카페 체인 피네라(Panera) 같은 고급 패스트 캐쥬얼 체인점들에게 상당 부분의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이전에도 고객 유지와 신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패스트푸드 업계에게 그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아침식사 메뉴의 판매 저하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투자자문회사 샌포드앤번스타인(Sanford C. Bernstein)의 레스토랑 담당 애널리스트 사라 세나토어는 "패스트푸드 회사에게 아침식사의 손실은 큰 타격"이라며 "대부분의 체인점들의 매출 감소 원인이 아침 메뉴 판매가 줄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맥도날드의 경우, 코로나 유행 이전에 아침식사가 매출의 약 25%, 수익의 40%를 차지했을 정도로 비중이 컸으니까요.”

글로벌 금융 서비스 업체인 BTIG의 레스토랑 분석가 피터 살레흐는 "대부분 회사들이 아침식사 메뉴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면서 "사람들은 정상적인 일상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는 집에서 계속 아침식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아침 메뉴 매출이 다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때까지 기업들은 비용 상쇄를 위해 매장 개장 시간을 늦춰야 할 수도 있다.

아침 메뉴 경쟁

웬디스는 올해 초 아침 메뉴를 출시하면서 “여러분의 아침을 위해 웬디스의 문은 일찍 열려 있을 것”이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지난 해 9월 웬디스는 전국 매장에서 아침 메뉴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위해 2만 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2000만 달러(24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푸드 회사들이 아침 메뉴에 적극 가세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시내의 교통 체증으로 고객 트래픽 감소를 겪고 있었다. 이에 따라 수익성 높은 아침 메뉴전쟁이 가열되었다.

▲ 웬디스는 아침 메뉴를 출시하며 대대적으로 광고했는데, 출시 다음 주부터 미국 각 주에서 재택 격리령이 발동됐다.     출처= Wendy’s

웬디스의 공격적 발표에 맥도날드는 무료 계란 맥머핀(Egg McMuffins)으로 대응하면서 새로운 아침 메뉴 치킨 샌드위치를 시험했다.

다른 체인점들도 이미 아침 메뉴를 강화하고 있었다. 던킨은 지난 해 비욘드 미트의 식물성 소시지를 사용한 아침식사 샌드위치를 출시했다. 아이홉은 이동 중에 아침식사를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플립드’(Flip'd)라는 새로운 패스트 캐주얼 아침식사 컨셉을 발표했다.

웬디스의 아침 메뉴는 3월초 출시되면서 즉각적인 결과를 보였다. 웬디스의 토드 페네고 CEO는 "아침 메뉴 출시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출시 첫 주에 1년 이상 영업 매장의 매출이 16%나 급증했다”고 말했다.

3월 중순부터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 격리령이 주정부들로부터 잇따라 발표됐다. 웬디스의 페네고 CEO는 "업계 전반에 걸쳐서 매우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해왔던 광고 지원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그러나 업계의 회사들은 아침 메뉴가 장기적으로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다시 집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아침 메뉴를 다시 판매할 계획이다.

맥도날드 켐프친스키 CEO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아침 메뉴가 우리 사업에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회사는 아침 메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큰 회사들은 코로나 이후에 작은 독립 레스토랑들이 다시 문을 열지 못하면 그로 인한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투자자문회사 모닝스타(Morningstar)의 R.J. 핫토비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유행 이전에 동네 커피숍에서 아침 메뉴를 애용한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코로나 이후 그런 커피숍이 다시 문을 열지 못할 경우 주요 체인점들이 그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는 매우 세분화된 카테고리 중 하나입니다. 미국 내 커피숍의 절반 가량이 작은 동네 커피숍인데 코로나로 그들 중 상당 수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실업률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값이 저렴한 메뉴를 찾게 될 것이다. 웬디스는 이미 아침 메뉴의 가격 할인에 들어갔다. 그리고 당분간은 다른 업체들도 아침 메뉴 할인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