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New Horizons)은 출시 6주 만에 무려 13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출처= Nintend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은 기업들에게는 말 그대로 암울 그 자체였다. 산업 전체에 걸친 해고와 장기 무급 휴가(사실상 일시 해고)로 3월 중순 이후 미국 노동력의 약 21%가 실업 수당을 신청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가장 최악은 주정부들이 최근 잇따라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하고 있지만 잃어버린 많은 직업들이 다시 돌아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 격변기 동안 소비자 행동의 극적인 변화 때문에 오히려 더 잘 나가는 회사들도 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집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식당, 술집, 사무실, 체육관은 거의 비어 있다. 그것이 이들 회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CNN이 14개의 회사를 소개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 닌텐도

1인칭 슈팅게임(자신이 총을 쏘는 사람이 되어 슈팅을 하는 컴퓨터 게임), 풋볼, 귀여운 동물 게임같은 인기 비디오 게임은 회사를 업계 최고로 끌어 올렸다.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Call of Duty: Modern Warfare)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발매 기간 기준 가장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1분기 매출은 15억 2000만 달러(1조 8500억원)로 지난해 12억 6000만 달러(1조 5300억원)에 비해 21% 증가했다.

스포츠 게임 전문회사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도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FIFA, 매든 NFL 20(Madden NFL 20) 같은 기존의 인기 게임에다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심스> 4(The Sims 4)는 코로나 재택 격리 기간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가 되었다.

닌텐도(Nintendo)는 7일(현지시간) 회사의 연간 이익이 41% 급증하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2020년 첫 3개월 동안의 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닌텐도의 올 봄 최고 효자는 뭐니뭐니 해도 현실과 동일한 시간이 흐르는 유토피아 섬에서 마음 가는 대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New Horizons)이다. 닌텐도는 이 게임팩을 출시 6주 만에 무려 1300만 개 이상 판매했다. 닌텐도 스위치(Nintendo Switch) 콘솔도 지난 해 2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품귀 현상까지 빗고 있다.

▲ 물티슈와 표백제 등으로 대표되는 클로락스의 청소제품 매출은 32% 급증했다.      출처= Clorox

크로락스와 레킷벤키저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사람들은 그들의 집 구석구석 소독하고, 빨래를 표백하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이런 소비자들의 행동은 세계 최고의 청소 제품을 만드는 클로락스(Clorox)와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 국내에는 ‘옥시’로 알려져 있음)에게 커다란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클로락스는 지난 주,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이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물티슈와 표백제 등으로 대표되는 클로락스의 청소제품 매출은 32% 급증했다. 고양이 배설용 상자에 까는 점토와 그릴 제품 같은 가정용 제품의 소비자 수요 증가도 매출 상승에 한 몫 했다.

소독제 리졸(Lysol)과 피부 살균제 데톨(Dettol)을 만드는 영국 회사 레킷벤키저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소독제에 대한 소비자 수요 강세로 이 회사의 1분기 매출은 13.5% 증가했다.

리서치기관 닐슨(Nielson)에 따르면 3, 4월 에어로졸 소독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230.5%, 다목적 세정제 판매량은 109.1% 급증했다.

이 같은 판매 증가는 단순한 ‘매출 증가’ 이상으로 이런 회사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새롭게 주목받는 ‘부가 이익’도 주고 있다.

펠로톤

코로나 대유행의 최대 수익 회사로 이 회사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펠레톤(Peloton)은 운동용 실내 자전거와 러닝머신(treadmill)을 만드는 회사지만, 실시간 운동 교습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 모델을 갖고 있다. 지난 6일 이 회사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66% 증가했고 앱의 가입자 수가 30% 증가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충성스러운 추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 회사의 수요가 쉽사리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는 2배 가까이 뛰었고, 회사는 올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퍼블릭스와 크로거

가정 생활필수품과 식품에 대한 필요성은, 코로나 대유행 기간 중에도 ‘필수 사업’으로 분류돼 여전히 영업을 할 수 있었던 미국내 최대 규모의 식료품점들에게도 이익을 안겨주었다.

퍼블릭스 슈퍼 마켓(Publix Super Markets, Inc.)은 최근, 올해 첫 3개월 동안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10% 증가한 1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소 1년 이상 영업을 지속한 매장의 매출 성장률도 14.4%로 증가했다.

크로거(Kroger)도 최근, 1년 이상 영업을 지속한 매장의 매출 성장률이 지난 3월에 30%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박스 포장 끼니 제품, 청소용품, 일회용 종이 제품이었다. 크로거는 올 1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화상 회의 도구 회사 줌(Zoom)은 재택근무 환경에서 가장 두드러진 브랜드다.     출처= Distant Job

비욘드미트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지난 5일, 올해 1분기 매출이 9710만 달러(12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20만 달러(49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비욘드 미트의 에단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기대 이상의 결과’라고 말했다.

식물성 기반 고기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데다 미국에서 전국적인 육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더욱 강력한 위상을 확보하게 되었다.

3M

3M은 의료 전문가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용 가운과 N95 마스크 등 개인 안전제품의 '강력한 성장'이 회사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회사 전체로는 1분기 매출이 전년에 비해 3% 성장한 80억 8천만 달러(9조 8300억원)를 기록했지만, 건강관리 사업부문은 21%, 스카치브라이트 스폰지 같은 소비재 사업부문은 4.6% 성장했다.

웨에페어와 오버스톡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실내의 쾌적함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가구 및 가정용품 온라인 판매회사 웨이페어(Wayfair)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회사는 "신규 고객 주문과 반복 고객 주문에서 강력한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문 건수는 21% 증가한 990만 건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오버스톡(Overstock)도 4월 소매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0% 증가했다. 핵심 부문인 '홈퍼니싱 사업부'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슬랙과 줌

원격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슬랙(Slack)과 줌(Zoom)은 없어서는 안 될 의사소통 도구가 되었다.

업무용 메신저 회사 슬랙 테크놀로지는 2월 1일부터 3월 25일까지 9000명의 신규 가입 고객이 늘어났는데, 이는 전 분기 대비 80% 증가한 수치다. 슬랙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 1인당 메시지 전송량이 일 평균 20%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상 회의 도구 회사 줌(Zoom)은 재택근무 환경에서 가장 두드러진 브랜드였다. 에릭 위안 CEO는 회사가 하루에 3억 명이 참가하는 회의를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는데,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3월에는 하루 미팅 참가자가 2억 명을 돌파했다고 말했었다. 줌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지금까지 120%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