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집값 안정화 기조 유지를 천명하고 있는 정부가 총선 이후 처음으로 추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6일 정부가 제시한 ‘수도권 주택 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는 오는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7만호의 부지를 추가 확보해 2023년 이후부터 수도권에 연평균 25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공성을 강화한 정비사업 활성화로 4만호, 유휴공간 정비와 재활용으로 1만5000호, 도심 내 유휴부지 추가 확보로 1만5000호를 확보한다는 것이 해당 방안의 주요 골자다. 중소규모 정비사업장 위주의 공급 확대가 주택 공급 확대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갈린다.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재개발‘당근책’에, 중소 정비사업 탄력


▲ 출처=국토교통부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공급 강화 방안은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한 도시정비사업의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재개발을 통한 공급을 추가적으로 늘려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택 2만호를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우선 주택공급활성화지구를 신설하고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된 사업장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면제되고 기부채납 비율과 용적률도 완화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하게 되는 경우 조합의 분담금도 보장한다. 이 외에도 분담금 부족 시 공사 등이 분담금을 대납하고, 저리 융자를 조합원에 지원하는 등 기존 재개발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공임대, 수익공유형 전세주택 등 공공성 높은 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사업 기간도 종전 10년에서 5년 이내로 단축한다.

이번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과 정비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사업성으로 인해 재개발 사업을 제동이 걸렸던 중소 규모 위주의 정비사업장의 경우 일정 부분 사업 진행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이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재건축지원조합단장은 “일단 수익성이 없어서 사업추진이 어렵거나 주민과의 분쟁이 심했던 중소 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업 진행에 일정 부분 도움되는 정책들이 있다”고 말했다.  ·


주택 공급·가격 안정 효과 ‘제한적’


▲ 출처=국토교통부

김 단장은 그러나 수요자가 희망하는 지역의 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는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김 단장은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한 지역에 중소형 규모의 공급과 개발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것이 주택시장에서 크게 의미가 있는 공급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적정 이상의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 수도권 일대의 주택 공급부족을 해결하거나 주택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정부가 내놓은 이번 ‘당근책’은 주로 소규모 정비사업장 위주로 진행되기 쉽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분담금 대납의 경우 10년간 공공과 주택을 공유해야 하고(지분 공유), 주택공급활성화지구의 경우 역시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 이상을 공적임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체 조합의 적극성을 기대하긴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해당 방안을 3기 신도시 등 기존 주택 공급 정책의 보완책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함 랩장은 “기존 규제로 도심 내 대량의 주택 공급이 쉽지 않은 만큼, 소규모 정비사업지와 유휴부지 활용으로 공급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과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는 제한적”이라면서 “서울 지역 주택의 공급을 다소 늘리는, 기존 공급정책에 대한 일종의 보완책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보완책의 성격에 가까운 대책인 만큼 전월세 시장 등에 미칠 영향 역시 제한적으로 본다. 함 랩장은 “도심에 7만호 부지를 우선 마련한다는 계획이라 실제 공급까지는 상당부분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유휴공간을 공급하는 경우 정부의 계획에 따라 공급이 가능하지만 공공성을 강화한 정비사업 활성화의 경우 결국 민간에서 ‘패’를 받을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조합의 입장에서 수익성에 따라 개별 사업지별로 수용성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건설업 수혜 한정적, 임대 리츠 등은 주목


▲ 유휴부지 지역 중 한 곳인 용산 정비창. 21년까지 구역지정을 완료후 2023년 말 사업승인 예정인 곳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기존 소규모 정비사업 역시 공공임대 등 공공성 강화를 조건으로 기존 규제 완화를 꾀하고 있다. 공공이 참여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10% 이상의 공공임대 주택 마련시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소규모 재건축 중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한 경우 층수 제한을 기존 7층에서 15층으로 완화하고 늘어난 용적률의 50%는 공공임대로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역세권 민간임대주택 역시 역세권의 범위를 기존 250m에서 350m로 한시 확대하고 사업의 용도지역을 상향하는 대신, 용도지역 상향시 증가되는 용적률의 절반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이번에 제시된 주택공급 강화 방안은 공공임대 등을 확보하는 가운데, 중소형 재개발과 소규모 정비사업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도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제한적인 영향만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출처=국토교통부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급 확대 정책에 대형 건설사의 참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대신 공공임대 등의 확보에 민간의 정비사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만큼 일부 유형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대책에서 제시된 ‘수익형 전세 주택’에서 제시된 리츠 등이 대표적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서울 주택공급 확보의 대부분은 공공재개발과 소규모 정비사업 중심이다. 현실적으로 대형 건설사의 참여 가능성은 낮다”고 평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부동산 관리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특화 기업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임대주택 사업 영역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임대주택 사업 리츠의 성장 가능성 역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