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을 안고 시작한 2020년은 지난 몇달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우리나라와 전 세계적으로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동안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같은 새로운 생활방식이 모두에게 익숙해졌고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미증유(未曾有)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타임지에 기고한 ‘고통받는 세계경제를 위한 뉴애브노멀(The New Abnormal for a Troubled Global Economy)’이라는 칼럼에서 세계 경제는 낮은 잠재성장률과 저성장,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지속, 낮은 인플레이션율,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 예측하며 뉴노멀과 달리 기존 이론만으로 예측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뉴 애브노멀’이란 단어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가 잠잠해진 이후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많은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뉴노멀’이 아닌, 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뉴애브노멀 시대’에 대한 준비로 더욱 분주해 질 것이다.

뉴애브노멀 시대의 도래는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도널드 럼스펠드 前 국방장관은 리스크 관리자가 알아야 할 세 가지는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known - known)’, ‘모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 (known - unknown)’ 그리고 ‘모르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들(unknown - unknown)’이라고 분류하였다. 이 중 우리를 가장 위협하고 있는 현실은 지금 우리가 처하고 있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일 것이고 우리는 아직도

‘unknown - unknown’의 박스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에게 이 난국을 타개할 만한 마법같은 묘약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에 경영전략 분야에서 이슈가 되도 있는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기업의 회복탄력성이란 외부에서 기인한 큰 충격으로부터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과 속도를 뜻한다. 즉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같이 즉각적이고 반사적인 생존반응을 보이는 방어기제와도 같은 것이다. 회복탄력성을 탑재한 기업은 예측가능한 리스크뿐 아니라 불확실성의 상황에서도 빠른 업무 재개와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회복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을 펼쳐야 할까?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분류해 보자면 ‘재무적인 관점’ ‘운영적인 관점’ ‘시장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재무적인 관점으로는 경기가 침체된 여건에서는 기업의 현금 유동성 강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에 따르는 긴축경영 체제를 구축해서 기업의 기존 수익구조를 유지 및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적인 석유회사인 BP는 생존을 위한 강력한 다운사이징 전략을 펼침으로써 현금유동성을 강화했다.

두 번째로 운영적인 관점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효율적인 사업을 통폐합하고 신사업을 발굴함으로써 성장동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은 핵심사업인 섬유사업(매출의 25% 점유)을 과감히 정리하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농업, 대체에너지 등에 투자를 단행하여 사업재편에 박차를 가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기업체질을 개선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확장을 과감히 전개한 전략으로 지금까지 듀폰이 경쟁력을 영유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시장적인 관점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 및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분석해서 소비자의 상황?니즈를 간파하여 현 상황을 돌파하는 전략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기침체로 지출을 축소하려는 소비자의 니즈를 간파하여 세계 각국에 보급형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펼쳤다. 아울러 불황의 여파로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여 캡슐로 간단히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네스프레소’라는 신제품을 출시하여 현재 네슬레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986년 1월 28일,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도중 폭발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미국인들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7명의 우주인이 목숨을 잃었다. 바로 그 날 오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당초 예정되었던 연두교서 발표를 취소하고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죽은 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인사를 전했다. “오늘은 애도와 회고를 위한 날입니다. 제 아내 낸시와 저는 챌린저로 참사로 가슴 깊이 비통함을 느꼈습니다. 저희 부부는 미국 국민 모두와 이 고통을 함께 통감합니다. 가히 이 사태는 국가적 손실입니다.”

하지만 위로의 인사로만 끝날 것 같았던 레이건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다소 의외의 내용으로 이어져 갔다.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는 생방송을 시청한 국민 여러분께 전하고픈 말이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고통스러운 일도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이것 역시 탐험과 발견이라는 과정의 일부인 것입니다. 이것 역시 기회를 거머쥐고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인 것입니다. 미래는 소심한 자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용감한 자에게 속한 것입니다. 챌린저 우주 비행사들은 우리를 미래로 이끌었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따라갈 것입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반전(反轉)있는 담화문은 많은 미국민들에게 울림이 되어서 지금의 우주개발과 화성탐사로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이는 분명히 30여년 전 레이건 대통령이 주도했던 회복탄력성의 결과물이며 힘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산업 재개편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소수의 강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승자독식의 시대가 열릴 것이고 역사적인 위기 때마다 살아남는 기업과 살아남지 못한 기업이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시장 매커니즘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회복탄력성을 확보한 기업일 것이다. 아울러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문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소심한 기업이 아닌 바로 용감한 기업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