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화학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와 7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존재감이 더욱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LG화학

1위에 오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1분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27.1%를 점유해 1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분기 10.7%의 점유율에서 무려 2배나 성장했다. 지난 2월까지 1위를 달리던 파나소닉은 25.7%의 점유율로 2위로 미끌어졌고 중국 CATL과 BYD도 각각 17.4%, 4.9%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은 반면, LG화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방어전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CATL과 BYD와 같은 중국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정상적인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며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반면 LG화학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다. LG화학은 현대자동차는 물론 최근에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의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몸집을 크게 키우는 것에 성공했다.

반면 파나소닉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테슬라 공장 공급 물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테슬라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여파를 치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그린론 체결식. 출처=LG화학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LG화학은 배터리 분야에서 힘있는 로드맵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당장 지난달 23일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7000억원 규모의 그린론(Green Loan) 조달 계약식을 통해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 등에 소요되는 투자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올해 배터리 분야 시설투자에 약 3조원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완성하게 됐다.

LG화학은 현재 약 150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LG화학 CFO 차동석 부사장은 그린론 체결식 현장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석권은 물론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1위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는 한편, 포스트 화학 로드맵을 통해 아예 과학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도 가동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LG화학은 7일 신학철 부회장 및 각 사업본부 대표 임직원 20여 명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전체 임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디지털 라이브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삼았던 기존 로드맵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부문을 성장축으로 삼는 한편 배터리 시장에서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 연장선에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운영 역량을 높이고 공동연구를 확대해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겠다는 전략도 공개됐다.

신학철 부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과학과 우리가 축적한 과학으로 깨지지 않는 화장품 뚜껑부터 세상에 없던 최고의 배터리를 만들기까지 꿈을 현실로 만들어 왔다”며 “지금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업모델을 진화시키고 전혀 다른 분야와 융합하여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는 가치를 만들어갈 시점”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이러한 로드맵에 국내 동종업계의 시너지가 더해진다면 더 큰 꿈을 노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된 행보는 이미 시작된 상태다. 당장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중인 1공장을 포함에 추가 2공장 건설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며 최태원 회장에서부터 시작된 강력한 동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아크폭스의 전기차, 알파T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가 속속 감지된다. 중국 현지 합작회사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이다.

삼성 SDI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 빅3 기업이 건전한 경쟁을 펼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개척할 경우 판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다만 LG화학이 지금의 배터리 시장 성과에 만족하면 곤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은 중국 업체들이 2분기부터 활동을 재개하는 한편, 미국과 유럽 배터리 시장이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후폭풍에 직면할 경우 LG화학은 물론 SK이노베이션, 삼성SDI의 존재감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