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주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EU 공조의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      출처= The Parliament Magazin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유럽에게 희소식은 코로나 19가 최악의 상황에서 다소 완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 주 들어 이탈리아의 사망자는 거의 두 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며칠 내 학교, 탁아소, 식당이 다시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안도감은 오래 가지 못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올해 유럽 경제(29개국)가 7.5%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처음 결성된 유럽연합(EU)은 ‘올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에도 유럽 연합 27개국의 올해 경제 성장 예측치는 1.2% 성장에 그쳤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4.5%였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소멸하더라도 그 경제적 여파가 몇 년은 아니더라도 최소 몇 달은 갈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몇 주 사이 코로나 발병이 잠잠해진 중국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에 연계된 공장들이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들이 생산한 상품을 구매할 글로벌 구매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중국 경제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사망자와 감염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미국에서는 신규 감염자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봉쇄 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제가 쉽사리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8일 4월 고용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데, 일부에서는 4월에 2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구 4억 4000만 명이 거주하는 EU는 미국이 1위 교역국이며, 중국이 2위 교역국이다. 또 EU의 최대 대외 투자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다른 지역의 개발도상국들이다.

장기불황과 미지근한 경제 회복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에 섣부른 경제 재개로 코로나가 다시 유행한다면, 많은 유럽인들뿐 아니라 기업, 은행 그리고 전세계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부유한 북유럽과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유럽 사이의 정치적 분열을 재점화시킬 것이며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얽힌 이 지역 국가들 사이의 느슨한 연대를 깨뜨릴 수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경제담당 집행위원은 "하반기에 경기회복세가 나라마다 크게 다를 것”이라며 “2021년 말이 되면 EU 국가들의 불균형 상황은 코로나 발발 전보다 더 악화되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제는 올해 각각 9% 이상 줄어들 것이며, 특히 이탈리아 경제는 회복이 매우 더딜 것이다.

10년간의 경제 재난에서 겨우 벗어나기 시작한 그리스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9.7% 떨어져 유럽EU 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에 비해 폴란드는 4.5% 하락으로 그나마 적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U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성장률이 6.5% 떨어지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겠지만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규모 2위 프랑스는 올해 8.5%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또 EU의 실업률이 전년도 6.7%에서 올해 9%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4월 봉쇄령이 내려진 독일 뮌헨의 한산한 거리 모습.     출처= Flipboard

유럽의 심각한 침체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지난 해 유럽연합(EU)과 1조 3000억달러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주고받았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다임러, BMW, 지멘스 같은 유럽 회사들은 미국에서 400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중국 또한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유럽연합의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유럽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경제 싱크탱크 이포연구소(Ifo Institute)의 클레멘스 푸에스트 회장은 “이번 피해가 분명히 더 거대하고, 더 가파르다"고 말했다.

코로나는 또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와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의 극우 포퓰리즘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유럽에게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경제학자들의 낙관대로 소위 V자 형으로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것이다.

이미 이탈리아 곳곳에서 공장들이 생산을 재개했고, 독일은 이번 주부터 미용사들이 다시 손님을 받도록 허용했다. 프랑스도 다음 주부터 점차 봉쇄령을 완화할 것이다.

비록 대규모 공공집회는 여전히 금지되지만, 경제 활동이 재개됨에 따라 바이러스가 다시 맹렬히 나타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부유한 국가들이 더 심한 타격을 입은 가난한 나라들의 회복을 효과적으로 보조하기 위해 5000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EU 회원국들이 합의했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공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새로운 조치들이 편중됨이 없이 진행돼 공동 통화인 유로화가 상처를 입지 않고 정치적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용감한 공동 대응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젠틸로니 집행위원은 "단일 시장과 유로 지역에 위협을 가하는 요인들이 계속 발생하지만, 결단력 있는 공동 조치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