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또다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은 '렘데시비르'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하면서다.

길리어드는 세계 최초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회사다. 이 회사에서 개발 중인 치료제가 신종플루에 이어 코로나19 대유행마저 잠재울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타미플루는 1999년 독감 치료용으로 시판됐으나 신종플루에도 특효를 나타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처=길리어드

길리어드, 타미플루로 팬데믹 해결사 등극

길리어드는 이미 타미플루로 팬데믹 해결사의 면모를 입증한 바 있다. 지난 200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 대유행 속에서 타미플루는 그야말로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WHO가 종식을 선언한 2010년 8월까지 신종플루는 160만 명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일으켰지만 타미플루의 등장으로 더 큰 위험을 막을 수 있었다. 실제로 치료제 개발 이후 신종플루는 계절성 독감 정도로 취급·관리되고 있다.

길리어드는 타미플루의 성공에 힘입어 단숨에 거대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당시 길리어드는 다국적제약사 로슈에 타미플루의 판권을 넘긴 상태였지만 로열티로만 매년 1조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상황을 기회로 활용해 신분 상승을 경험했던 길리어드는 또다시 기적에 도전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가 지난 1일(현지시간) FDA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파란불이 켜졌다.

현재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전 세계 업체들과 접촉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길리어드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당사의 목표는 전 세계 환자들에게 렘데시비르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적어도 2022년까지 유럽과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렘데시비르를 생산할 수 있도록 다수의 제약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 타미플루 수준 아냐

아직 렘데시비르의 성공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렘데시비르가 초기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속도를 개선하는데 효과를 나타냈지만 치명률이나 부작용에 대한 의구심은 떨쳐내지 못했다. 또한 긴급사용을 승인한 FDA의 결정도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긴박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에 불과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방역당국도 '렘데시비르'에 대해 타미플루와 같은 광범위한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5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렘데시비르는 중증환자로 사용이 한정돼 있고, 입원기간을 줄이거나 치명률을 낮추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신종플루 유행 당시 타미플루처럼 초기 모든 환자에게 투약 가능해 전파력을 낮추는 등 방역대책을 진행할 정도의 의미는 가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히 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아직 항바이러스제 중에 유효하다고 권고하는 약제는 사실상 없다"며 "렘데시비르는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므로 유효성에 대한 전문가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진행 중인 임상 시험은 모두 3건이다. 방역당국은 국내에서 도출되는 임상시험 결과에서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 특례수입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