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유업체의 매출 타격이 현실화됐다. 특히 ‘흰우유’로 대표되는 백색시유 시장이 대표적이다. 유업 빅3가 분유, 컵커피, 두유, 성인영양식 등으로 발을 넓히는 이유다. 

6일 유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슈에서도 매일유업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색시유 부문의 비중을 20%대로 줄이는 라인업 변화, 수출 집중을 통해 높은 현금창출력을 가져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 매일유업 CI

'흰우유'는 사양길…매출 줄이고 '프리미엄' 제품 강화

유유산업은 집유(集乳)선 확보, 판매 네트워크, 브랜드 인지도, 제조설비 확보 등 진입장벽이 높은 업태로 꼽힌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음용한다는 점이 긍정 요인이지만 제품 보존 기간이 짧고, 성수기와 비수기의 판매량 차이가 크다. 전형적인 내수산업라는 것도 한계다. 국내 유업계 빅3(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우유, 남양유업)의 경쟁이 치열한 점도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이 같은 한계를 인지해 매일유업은 백색시유(흰우유) 매출 비중 낮추고, 가공유, 음료사업 부문 매출 확대에 집중했다. 현재의 매출에서 흰우유 비중은 20% 수준, 관련 매출이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과는 차이가 크다.

개학연기로 납품이 중단된 '급식우유' 시장 점유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공급물량이 많지만 '경쟁입찰'으로 업체가 결정되고, 수익성이 낮아 집중하지 않았다.

▲ 소화가 잘되는 우유. 사진=매일유업

확보된 브랜드 인지도는 프리미엄 제품, 기능성 제품 출시 및 점유율 확대의 발판으로 삼았다.

2017년 9월 국내 최초로 무지방(지방함량 0%) 멸균우유 제품을 시장에 내놨고, 이후 지방 함량 1% 제품, 2%제품 등 차별화 우유 라인업을 확보했다. 지난해 기준 저지방 우유 시장 점유율은 15% 정도다. 관련 제품군 랭킹 2위다.

이외에도 기능성우유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놨다. 우유섭취 후 배아픔의 원인이 되는 '유당'을 제거한 제품이다.

유기농 우유 브랜드 '상하목장'은 해당 시장 점유율 1위를 견고히 지키고 있다. 신규 업체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멸균가공유, 베이비요거트, 버터, 아이스크림 믹스 등 라인업을 늘리며 지속 성장중이다.

기존 '흰우유'의 차별화도 꾸준히 시도중이다 2018년 3월 우유의 포장재를 후레쉬팩(캡)으로 변경한 후레쉬팩 우유가 대표적이다. 특수한 우유 배출구를 달아 외부 공기의 유입을 차단, 보다 오랜 기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식품 제조업계 관계자는 "유업사업은 식품업계에서도 대표적인 '설비산업'으로 통한다"라며 "매일유업은 안정적인 생산능력, 고정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기존 설비의 유지와 보수 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됐고, 초과되는 생산능력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 자료=매일유업 홈페이지 캡쳐

매출 절반은 '음료 및 기타' 부문…'기능성' '특수식' 집중 결실

전통적인 유제품(흰우유, 분유 등)의 매출 성장 둔화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인접국들의 신생아 수가 줄었고, 이에 가장 큰 수요자인 영·유아들이 감소하면서 관련 시장이 크게 줄었다. 

매일유업 역시 이 점에 주목했다. 이에 저지방우유와 기능성우유(락토프리), 유기농(상하목장), 성인건강식(셀렉스)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외에도 아몬드브리즈, 치즈, 발효유 등 고수익성 제품군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이에 지난해 기준 음료 및 기타부분의 비중은 전체 매출의 47%로 확대됐고, 시장점유율도 탄탄하다. 컵커피의 내수점유율은 48%에 육박하고, 성인 영양식 셀렉스 역시 성인식 시장 개척에 나서는 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수익성도 개선됐다. 유업계에 따르면 매일우유는 백색시유(원유, 우유)의 낮은 채산성, 신제품 출시 비용부담 등으로 2015년까지 낮은 영업수익성을 보여 왔지만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2016년 이후 크게 개선됐다. 

▲ 셀렉스. 사진=매일유업

증권가 역시 매일유업의 상품 구성에 높은 점수를 매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자료에서 2019년 47%였던 매일유업의 음료 및 기타부분의 매출 비중이 2022년 5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분유 및 컵커피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 매일유업 실적 현황. 자료=메리츠종합증권

증권가 '안정적 포트폴리오' '현금창출력'에 '긍정'평가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전망도 밝다. 4월 이후 공개된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기업평가의 보고서에서는 매일유업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 높은 현금창출력에 주목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일 매일유업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동은 수석연구원과 김병균 전문위원은 등급전망 변경 요인으로 ▲ 제품경쟁력 강화 인한 수익성 개선 ▲개선된 현금창출력에 기반한 무차입구조 지속 등의 요인을 꼽았다. 

메리츠종금 김정욱 애널리스트 역시 "중국 분유 수출 회복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쉽지만, 매출 성장 동력이 오히려 국내 신제품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상하목장, 셀렉스, 아몬드브리즈, 치즈, 발효유 등 유제품 전 카테고리의 점유율 확대를 긍적적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 심은주 애널리스트는 ▲고수이 제품의 견조한 성장 ▲중국 분유 수출 기저효과 ▲신제품 '셀렉스' 이익 기여 본격화 등으로 올해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4.7%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