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초·중·고 개학이 늦어지면서 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지 두달. 한동안 미뤄졌던 등교가 오늘 13일로 확정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지만, 전문가들은 급식우유 매출 비중은 줄이고 전반적인 사업다각화를 이루는 체질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급식 우유 시장은 연간 1600억원 규모로 1·2·7·8월 방학기간을 제외하면 월 200억원의 시장 규모다. 그러나 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으로 납품되는 우유가 고스란히 재고로 쌓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3월 피해 예상금액만 50억원으로 4월 역시 40억원 가량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급식우유 비중이 높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더욱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급식우유 시장 최강자는 서울우유다. 서울우유는 전체 시장 약 50%를 차지하고 있고, 급식우유의 한달 매출액은 80억~1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서울우유 다음으로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남양유업 역시 마찬가지다. 남양유업은 한 달 흰 우유(백색시유) 매출 중 약 16% 정도가 급식 판매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나머지 급식우유 시장을 차지하는 매일유업, 연세우유 등은 상대적으로 급식 비중이 낮아 코로나19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다.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등 급식 우유에서 피해가 큰 기업들은 마트 등 일반 판매처를 통해 막힌 공급 활로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남은 원유를 버리지 않기 위해 멸균우유를 생산하거나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를 통해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면서 “1+1 행사도 진행하고 ‘우유 한잔 더 마시기’ 캠페인 등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정부가 오는 13일을 기준으로 확정지은 오프라인 등교 정책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두달 넘게 미뤄졌던 등교가 시작되면서 다시 급식우유를 신청받으면 당장의 수요가 발생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등교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현재 악화된 상황을 정부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장기화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기업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공정위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유업계 현황에 공감하며 대리점 지원에 나선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견은 달랐다.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입찰을 통해 진입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급식 우유 시장은 단가 자체가 일반 시판 우유보다 낮아 업체들이 진입을 달가와 하지 않는 시장이다. 

실제, 급식우유 200ml 한 팩당 단가는 360~380원으로, 일반 판매용 제품 출고가(500원대)보다 훨씬 낮다. 출산율마저 낮아지면서 학생 수도 줄어드는 상황 속 급식우유 사업에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휘청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코로나19가 바로 종식되기는 어려운만큼 점차 급식우유 시장 비중을 줄이고 분유시장, 성인 영양식 등 적극적으로 사업다각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우유의 경우 수입원유보다 원가가 2배 이상 높은 국내산 원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렵지만, 유가공제품 사업 비중을 늘릴 필요성이 제시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급식우유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이나 늦은 등교를 앞둔 학생들을 위해 기본 흰 우유 제품만이 아닌 요구르트, 치즈, 아이스크림 등 맞춤형 제품으로 소비확대를 늘려야 한다”며 “최근 커지는 실버 시장과 성인 영양식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