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시장이 균형을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유가는 2021년 하반기가 돼도 배럴당 40달러 안팎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처= Oil Pric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국제유가가 5일(현지시간) 폭등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0.5% 상승한 24.56달러에 장을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14.45% 오른 31.1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로 최근까지 큰 폭의 하락을 겪은 후,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취했던 제한조치들이 완화되고 부분적인 경제 정상화 움직임에 나서는 미국 내 주들이 늘어나면서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국제유가가 오르자 트위터에 "유가가 멋지게 올라가고 있다"고 썼다.

석유 시장은 정말 완전 회복된 것일까?

석유 채굴회사, 정유사, 석유 거래자들은 최악의 상황은 이제 지났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국제유가정보 사이트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은 5일(현지시간),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와 국제기구, 애널리스트들은 석유 수요가 2019년 수준으로 돌아오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2주 전부터 석유 수요가 바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고무적인 징후들이 보이고 있지만,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1억 배럴까지 회복되려면 2021년 말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수요가 다시는 그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Shell)의 벤 반 뷰르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현재의 위기는 ‘불확실성의 위기’라며 "회사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을 삭감했지만 우리는 아직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는 엄청난 수요 파괴를 목도하고 있으며, 그것이 다시 회복될 지 알 수 없습니다. 비록 유가가 다시 돌아온다 해도 수요가 현저히 줄어든다면 우리의 현금 흐름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수요는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회복으로 가는 여정은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세계 최대석유 회사 쉘에 따르면, 어쩌면 석유 수요는 이미 최고조에 달했을지도 모른다. 불과 3개월 전에, 세계 석유 수요가 적어도 10년 동안은 매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과는 사뭇 냉정해진 태도다.

▲ 석유 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이제 지났다고 믿고 싶어하지만,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출처= Brave News

한편으로는 최악의 수요 폭락은 이제 지났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물론 석유업계 당사자들의 희망사항일 수 있다).

미국 최대 정유회사 중 하나인 발레로 에너지(Valero Energy)의 조 고더 회장 겸 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이제 집에서 나와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시 쇼핑을 하고 식당에 가고 싶어하는 억눌린 요구가 분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99년 엑손(Exxon)과 모빌(Mobil)이 합병한 이후 첫 분기 손실을 신고한 엑손모빌(ExxonMobil)의 대런 우즈 회장 겸 CEO도 실적 발표에서 "교통 부문, 특히 도로 교통 부문이 다시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주 휘발유 수요의 소폭 상승으로 전국 휘발유 가격이 10주 만에 소폭 상승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은, 4월 넷째 주 동안 휘발유 재고가 급격히 줄었다면서 최악의 수요 부진이 지나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4월 넷째 주에 하루 586만 배럴(bpd)로 셋째 주 531만 bpd보다 증가했지만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여전히 337만 bpd나 적은 수준이다.

AAA는 "더 많은 주들이 재택 격리를 끝내려 하고 있고, 전국의 기업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함에 따라, 석유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가격 하락세를 둔화시킬 뿐 아니라 오히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주요 경제국들이 5월 초부터 지역 봉쇄를 완화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석유 수요가 서서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019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석유거래회사들의 경영진들은 “수요 하락의 바닥을 보았지만, 그래도 회복에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원유트레이딩기업 군보르 그룹(Gunvor Group)의 회장 겸 CEO인 토브욘 퇴른크비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균형을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유가는 2021년 하반기가 돼도 배럴당 40달러 안팎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5월 초 최근 추산에 따르면, 세계 석유 수요는 2019년에 비해 사상 최고치인 930만 bpd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에는 2310만 bpd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 하반기에 비로소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2월 수요는 2019년 12월보다 270만 bpd 감소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적어도 올해 안에는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