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생산→ 판매→ 소비→ 투자의 경기 순환 사슬 끊겨

‧ 양적완화‧ 무제한 유동성공급 글로벌국가 부채 위기 초래 가능성

‧ 한국 발권력에 의한 금융‧재정정책 부채 위기 낮아

▲ (자료: 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전문가이자 ‘더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가 자문으로 있는 미국 마이애미의 한 헤지펀드사는 지난 4월에만 무려 3612%에 달하는 약 24억 파운드(한화 약 3조 60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시장 붕괴’를 예측하고 하락 주가지수에 베팅한 헤지펀드사들은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처럼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나 예측이 불가능한 사건이 단초가 되어 급속한 경기 침체와 금융 경색이 일어나며 증권시장이 폭락하는 경제 상황을 ‘블랙스완’ 이라한다. 또 이런 침체 경기를 예측하고 하락하는 지수에 투자하여 경이적인 수익을 올리는 헤지펀드를 블랙스완 펀드라 한다.

올해 연초 중국 우한에서 발현한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하며 이제껏 조절 장치 없이 상승으로만 치닫던 전세계 경제가 일시에 올스톱되는 예상치 못한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는 공포의 ‘퍼펙트 스톰’ 에 갇힌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블랙스완’이란, 백조는 흰색이지만 18세기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실제 발견된 이후 관찰과 경험에 의존한 예측을 벗어나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를 뜻하는 용어로 의미가 변경되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한 나심 탈레브가 쓴 베스트셀러 책 블랙스완은 검은 백조를 통해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학습과 지식이 얼마나 제한적이며 허약한 것인지를 지적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파생상품 위기가 금융시장 패닉을 불러 실물위기와 기업 신용경색으로 발전하여 세계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킨 사건이었다.

반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부품 공급 사슬이 막히고 전 세계 제조업 가동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상품을 팔수 없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기업의 자금줄이 묶이면서 금융시장 경색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전염병 예방을 위한 비대면 조치가 강화되면서 소비마저 급속히 얼어붙어 생산> 판매> 소비> 투자의 경기 순환 사슬이 끊기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블랙스완이 알리는 ‘퍼펙트 스톰’ 위기

코로나19로 부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는 단시간에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키며 핵심적으로는 실물 경제를 ‘올스톱’ 시켰고, 증시 폭락, 유가 폭락 등에 의해 금융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여러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에 몰아치며 경제 위기를 부르는 현상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말한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순식간에 ‘퍼펙트 스톰’의 위기에 휩싸였다.

가장 큰 파랑에 휩싸여 패닉 상황으로 빠져든 곳은 세계 금융시장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와 중앙은행이 금융‧재정정책으로 막아보려 하지만 금융정책 만으로는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점이 2008면 금융위기와 다른 점으로 부각되며 ‘2020년 금융위기론’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대목이다.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끝없이 치솟던 미국 증시의 붕괴 등 경제 위기론의 근거로 거론되던 요소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와 저금리라는 유동성 기조로 지탱해 온 세계 경제에 ‘부채의 습격’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풀어 오르는 세계 부채위기

국제경제연구소(IIF)의 ‘2020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까지 전 세계 부채는 257조 달러(약 30경7000조원)로 추산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채 위기에 시달렸던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레바논 등은 빚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지난 5월3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지난 100일 동안 신흥시장에서 1000억7000만 달러(약 122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금융협회(IIF)보고를 인용한 내용으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지난 1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100일동안 신흥시장에서 이탈한 자금 규모를 집계한 것이다.

이탈 금액 총규모는 지난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출액(236억 달러)의 약 4.2배에 달한다. 2015년 중국 증시 폭락으로 유출된 자금(95억달러)의 11배를 넘는 금액이다.

이와 같은 급격한 자금 이탈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신흥시장의 채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독일의 알리안츠 금융사는 '세계의 재개' 보고서에서 각국의 코로나19 대비 사회적 봉쇄 조치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가 3.3%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제 2차 세계대전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시장의 2020년 재정적자가 GDP 대비 8.9%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월 이후 20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2019년말 현재 국가부채 비율은 815조원으로 GDP 대비 40.1%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말 추정치는 43.4%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9년에 237.7%였고, 2020년에는 237.6%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9년 현재 106.2%를 기록했고 2020년은 108.0%로 예측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관건은 ‘코로나19 장기화’

글로벌 경기침체의 관건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중국의 글로벌 부품 공급망 회복 등 초연결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세계 경제와 산업의 재연결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파생상품 위기가 금융시장 패닉을 불러 실물위기와 기업 신용경색으로 발전한 사건이다.이때는 금융시장의 붕괴만 회복되면 문제가 해결되는 단순 막힘 현상이었다.

반면에 코로나19 사태는 부품 공급체인이 끊어져 전세계 제조업 가동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상품을 만들수 없고, 상품 생산이 중단되어 상품 수요는 증가하는데 팔수 있는 상품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기업의 자금줄이 막히는 돈맥 경화가 발생하여 기업 가동이 중지되는 경제 사슬의 복합 단절 현상인 셈이다.

더구나 전세계 제조업으로 불리는 중국 경제 규모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SARS)가 발생한 2003년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은 3.9배, 무역규모 2.2배로 불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체인 경색이 향후 3개월 이상은 지속될 수 있음을 예상해야 할 것” 이라며 “이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경우 위험해 질 수 있다” 며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 급증세가 지속적으로 장기간 확대된다면 세계 경기가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으며 특히 한국은 경기가 점점 하락하던 상황에서 해외 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전체 경제의 침체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나준혁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코로나19에 의한 침체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원론적인 시장 회복 대응책이지만, 공급 과잉에 의해 인플레로 진행될 경우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단계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한다면 IMF와 같은 유동성 위기로 발전할 정도로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지난 3월말 현재 실적으로 앞으로 닥칠 시장의 선행적 시그널로 보기는 무리한 면이 있다” 면서 “ 현재 글로벌 시장이 전반적인 위기로 보기는 어려운 이유는 아직 바닥을 친 상태가 아니고 W자 반등 확인도 가능하므로 되돌림 상황을 데이터를 보고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쨌든 코로나19로 촉발될 금융위기가 단기간에 수준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위기는 잠재워졌다. 다만, 실물시장과는 높은 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송 연구위원은 “유동성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제로금리 상태인데다 발권력에 의한 재정이 공급되어 부채가 부실화 될 우려가 작기 때문에 대출 원금 미상환에 의한 부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금융위기의 핵심은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가 만들어지면 안전하게 정돈되겠지만, 앞으로 코로나19가 현재 수준을 넘어 확산되고 심화될 경우 록다운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볼확실한 상황이 문제” 라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불씨를 재점화한 대 중국 무역갈등도 코로나19가 잘 풀리면 작은 악재 수준이지만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고 중국과의 약속이 어그러질 경우를 생각하면 큰 악재로 발전할 개연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는 대외적으로는 수출과 무역거래가 얼마나 활성화 될 수 있느냐 문제와 내수시장은 자영업자 등 영세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대책으로 재정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