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자동차가 1981년 출시한 승합차 봉고 코치(왼쪽)와 2004년 내놓은 봉고3 미니버스. 출처= 기아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일본 완성차 업체 마쓰다(MAZDA)가 55년 역사를 가진 상용차 브랜드 ‘봉고(BONGO)’를 포기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 승용차·상용차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가운데 승용차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선택과 집중의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마쓰다의 상용차 사업 철수 선언은 앞서 2012년 이뤄졌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 등 현지 매체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마쓰다는 향후 친환경차를 비롯한 승용차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상용차 생산을 향후 10년 간 중단할 방침이다. 마쓰다는 그간 상용차 자체 생산시설의 규모를 줄이고 스즈키, 닛산 등 타사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OEM)으로 제품을 양산해왔다. 사업의 연구개발(R&D), 생산역량 등 분야에 대한 투자도 축소시켰다. 지난 1일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마쓰다는 일본에서 밴과 소형 트럭의 생산 활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마쓰다가 상용차 사업에 대한 철수 수순을 밟음에 따라 제품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다. 마쓰다가 현재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봉고 브랜드 차량 가운데 마지막 연식변경모델은 2010년 버전에 머물러있다. 최근 마쓰다 생산실적 가운데 상용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마쓰다가 2020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기간동안 전 세계 시장에서 생산한 상용차(commercial car) 대수는 4만1724대다. 이는 같은 기간 승용차를 포함한 전체 생산량 143만4204대 가운데 2.9% 비중에 불과하다.

마쓰다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갈매기 모양의 엠블럼을 부착한 트럭이나 밴 등 상용차 모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마쓰다 봉고 브랜드의 유전자(DNA)는 오늘날 계승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봉고 DNA 적용 사례로는 기아자동차 1톤 트럭 모델 봉고를 꼽을 수 있다.

마쓰다 상용차 브랜드명과 같은 이름을 가진 기아차 봉고는 현재 국내 1톤 트럭 시장을 견인하기에 앞서 1980년 출시된 후 회사를 부흥시키는데 기여했다. 기아차는 당시 마쓰다에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차량개발 기술과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라이선스 생산 방식으로 봉고를 국내 판매했다.

기아차는 봉고를 처음 출시했던 해 정권의 ‘자동차 공업 합리화조치’로 승용차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를 겪었다. 하지만 마쓰다 노하우가 담긴 봉고 모델로 공전의 열풍을 일으킴으로써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기아차 봉고는 1980년대 초 1톤 트럭 뿐 아니라 박스형 승합차 등 각종 형태로 판매됐다. 상용차이지만 당시 승용차와 동일한 수준의 안락함과 주행성능을 갖춘데다 실용적인 적재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농업·공업용 뿐 아니라 승용차로 인기를 모았다. 봉고라는 이름이 승합차나 1톤 트럭의 대명사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용될 정도였다.

▲ 마쓰다가 1977년 일본에서 출시한 봉고 트럭 2세대. 기아자동차 봉고의 모태다. 출처= 마쓰다

과거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봉고는 오늘날 마쓰다와 기아차 양사 내에서 엇갈린 운명을 맞이했다. 마쓰다가 브랜드에서 손떼는 반면, 기아차는 봉고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미래차 트렌드에 맞춰 지속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고의 ‘성공 유전자’는 본거지에서 대가 끊기지만, 기아차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계승됨으로써 여전히 명맥을 이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