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초 극적인 합의를 통해 휴전된 미중 경제전쟁이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출 지향 경제모델을 가진 한국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중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보도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세계를 감염시킨 전력이 있고 수준 이하의 연구소를 운영한 전력도 있다"면서 "(코로나19는) 중국 연구소의 실패 결과"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코로나19가 우한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조만간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일 중국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뉴 차이나 채널에 '옛날에 바이러스가 있었습니다'(Once upon a virus)라는 영상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병마용 레고 인형과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 레고가 등장해 코로나19 이후 보인 미국의 기계적인 반응을 비판하는 영상이다. 영상은 자유의 여신상 레고가 "우리는 항상 옳다"는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끝난다. 미국이 중국에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하는 장면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셈이다.

한편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그 여파는 글로벌 경제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 선물은 현재 18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브렌트유 선물가도 20달러 중반서 횡보하는 상황인 가운데, 이러한 하락세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OPEC이 원유 감산을 추진하는 한편 미국의 엑손모빌도 일 4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하는 등 하락세를 막으려는 대응이 이어졌으나 미국과 중국의 대결국면이 펼쳐지며 하락세에 속도가 붙었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악화된 두 수퍼파워가 재차 격돌하며 경제전쟁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일 "관세 부과나 다른 조치 등 중국에 책임을 묻는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는 폭탄발언까지 한 상태에서 두 수퍼파워가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칼을 겨눌 수 있다는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이 대만지원법의 정식 발효를 승인하면서 이미 아슬아슬한 평화에 균열이 갔다는 분석도 있다. 대만 지원법은 미국이 대만의 안전과 번영에 부적절한 영향을 주는 국가에 대해 경제,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주는 법안이며 이는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에 대한 압박이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미국은 원안대로 이를 밀어붙였다. 중국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을 겨냥해 미국의 WHO에 대한 지원 중단을 시사한 것도 비슷한 연장선에 있다.

미국의 화웨이 압박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7일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중국을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치부하는 한편 화웨이를 겨냥해 "많은 국가가 통신 구성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면서 "화웨이가 그들(장비 판매국)에게 장비와 하드웨어를 팔러 올 때 그들(장비 판매국)은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심지어 중국에 대해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를 배제하는 방안이 미 의회에서 논의되는 등 긴장감은 크게 배가되고 있다. 당장 두 수퍼파워가 2단계 보복 무역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공포가 심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