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가 완화된 시기인 3월 17일, 베이징 나이키 매장 밖에 줄 서있는 고객들. 나이키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 1분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부터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거대 소비 시장 회복이 그들의 성장에 다시 불을 지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바램이 쉽사리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장난감 브랜드 레고(Lego AS)부터 도미노 피자까지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서 코로나가 한창이던 적어도 한 두 달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중국 시장이 확실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많은 소비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거나 소득이 줄면서 앞으로 저축을 더 하겠다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은 커녕 완전 정상 복귀는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의 한 민간 중국 대기업 간부는 "지금은 소비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며 해외 휴가 계획을 취소하는 등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2017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등극했다. 중국의 지난해 소매 판매액은 5조 80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서방 세계보다 일찍 발현해 더 일찍 진화됐기 때문에, 중국에서 소매 업체들이 다시 문을 연 이후 중국 소비시장의 회복 추세는 미국과 유럽의 상점들이 문을 다시 열기 시작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한 중요한 전조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의 소매 판매는 2020년 첫 두 달 동안 전년 대비 21% 감소한 뒤, 3월부터 다소 회복돼 전년 대비 16% 감소로 올라섰다. 이는 일부 분석가들이 우려했던 것보다는 더 나은 수치다. 

코로나 폭풍을 피해간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성적이 역시 가장 좋았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함께 중국 최대 쇼핑몰 중 하나인 징동닷컴(JD.com)은 1분기 매출이 10%나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나이키도 이번 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증가했으며, 로레알(L’Oreal SA)도 디지털 판매 호조와 참여에 힘입어 6%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나이키와 로레알(L’Oreal SA)은 중국의 4월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4월 말까지 대부분의 중국 매장이 문을 연 지 몇 주를 보내는 동안, 명품업체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와 구찌(Gucci)의 모기업 컬링(Kerling SA)도 강세를 보였다. 장 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소비자들이 예전 소비 패턴으로 돌아오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소비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도 지난 3월 말, 중국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글로벌 패션 체인 H&M도 겨우 회복 기미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자동차 모두 판매가 각각 43%와 35% 감소하는 등 잔혹한 1분기 실적을 거뒀다.

국제 정치·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은 중국 소비가 내년까지는 성장세로 돌아서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위스의 글로벌 금융서비스 회사 UBS그룹(UBS Group AG)도 온라인 지출 증가가 오프라인 지출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2020년은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공식 자료에 따르면 3월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2700만 명으로 5.9%를 기록했다. UBS 등 해외 분석기관들은 실제 수치는 8천만명에 가까울 것이라고 추정한다. 분석가들은 중국의 공식 자료에는 서비스업과 임시직 근로자들 등 비공식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일시적 해고도 반영되지 않았다.

▲ 레고는 올해 중국에 150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진정된 시기인 지난 3월 29일 새로 오픈한 홍콩 매장에 마스크를 한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가 지난 4월 중순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40%는 향후 돈을 쓰는 데 더 신중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예금자의 53%가 앞으로 저축을 더 많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소비를 늘리겠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2%에 불과했다.

상하이의 한 쇼핑몰의 경우, 지난 2월 말에 다시 문을 열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나오는 쇼핑객은 거의 없었고, 3월 중순에야 차량 통행과 고객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전 수준의 75% 정도에 불과했고, 그나마 매장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문을 못 열고 있고 새로운 세입자를 찾고 있었다.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환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베이징 당국의 연일 계속되는 소비 회복의 중요성 강조와 소비자들을 다시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정책 발표에서 중국 당국의 소비 회복에 대한 불안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상하이시는 5월 5일부터 이른 바 '더블파이브'(Double Five)라는 새로운 소비자 축제를 열고 소매 매장의 할인 및 영업시간 연장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도 지난달 28일 중국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별도의 온라인 쇼핑 축제를 시작했다.

중국 동부의 장시성(江西省)과 저장성(浙江省)에서는 고용주들에게 근로자들에게 매주 반나절의 휴가를 주고 쇼핑을 하거나 식당이나 관광지 방문을 독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상점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수천만 달러 상당의 상품권도 발행하고 있다.

중국 최대 여행사인 트립닷컴(Trip.com)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여전히 정체되어 있는 가운데 5월 연휴 국내 예약은 한 달 전에 비해 두 배인 4300만 건으로 늘어났다.

최근에 나타나는 중국인들의 소비지출에서 보여준 신중함은 분명히 현대 중국 소비자와 관련된 특성은 아니지만, 그들이 소비를 꺼리는 태도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 이후의 일시적인 반응에 그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상하이 투자펀드에 근무하는 왕 하이티안은 코로나가 닥치기 이전에는 자신의 닛산 승용차를 올해 테슬라 모델 3로 바꿀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물 경제에서부터 주식시장까지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을 계속 들으면 소비를 해야겠다는 충동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금을 쥐고 있는 게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상하이의 교육 스타트업에 다니던 린 조우도 지난 2월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소득의 절반이 줄어든 이후 지출 우선순위를 바꿨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루이비통 핸드백을 갖고 다닌다고 해서 코로나로부터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지요.”

그러나 중국의 장기 전망을 믿고 중국 투자를 계속 추진하는 회사들도 있다. 독일의 자동차회사 BMW는 최근 중국 북동부 도시 선양(瀋陽)에 32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을 착수했다. 월마트는 향후 5~7년 동안 대규모 전국 확장 계획의 일환으로 우한에 4억 25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는 지난 3월, 올해 중국에 150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