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유진그룹의 홈 인테리어·리모델링 사업이 안개빛이다. 야심차게 B2C 시장에 도전장을 낸 '유진홈데이'가 설립 5년만에 자본잠식에 빠져서다. 모회사 유진기업으로부터 수혈을 받고 있지만, 늘어나는 영업적자에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까지 겹쳐 올해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진홈데이는 지난해 매출액 164억원에 영업손실 89억원, 당기순손실 10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0.6%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각각 16.1%, 21.8%, 확대됐다.

사업이 녹록지 않으면서 지난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고 말았다. 완전자본잠식은 회사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마저 다 까먹은 상태를 의미한다.

지난해 유진홈데이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209억원으로, 자본금(17억원)보다 커졌다. 손실이 계속 쌓여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 '이월 결손금'이 되는데, 유진홈데이의 경우 지속적인 적자가 영향을 미쳤다.

야심차게 시작한 B2C... '5살' 유진홈센터

유진홈데이는 국내 1위 레미콘회사 유진기업이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로, 지난 2015년 5월 설립됐다. 초기 목적사업은 면세수입상품 판매업이었으나 2016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홈 인테리어·리모델링 사업을 그룹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B2C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상담부터 시공까지 인테리어 맞춤형 토탈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2016년 대규모 가정용 인테리어 매장 1호점(목동점)을 열었고, 이듬해 잠실과 고양, 지난해에는 용산에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매장은 단 1곳. 잠실점은 내년 상반기 예정된 논현점으로의 이관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폐쇄했고, 용산점은 오픈 1년만인 지난 3월 문을 닫고 목동점으로 살림을 합쳤다.

조짐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유진홈데이는 지난해에만 유진기업으로부터 총 5차례에 걸쳐 99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모기업의 지원에도 사업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달 30일 모회사 유진기업으로부터 빌린 13억원의 차임급 만기를 한차례 더 연장했다. 해당거래는 작년 4월 단행된 건으로 1년 뒤인 올해 4월30일까지 상환일 전 중도 및 분할 상환을 예정하고 있었다.

앞서 유진홈데이는 지난 2월에도 모회사로부터 빌린 총 3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갚지 못해 1년 연장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남은 6월, 7월, 11월 차입금도 연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잇단 CEO 교체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도 유진홈데이 부침을 야기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진홈데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표가 3번이나 교체되는 내홍을 겪었다. 2018년 4월 유진홈데이 사령탑에 올랐던 유순태 전 대표는 1년만인 지난해 7월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후 조일구 전 이에이치씨 대표를 유진홈데이 대표에 앉혔으나, 올해 1월 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장을 역임한 박성희 현 대표에게 바통을 넘겼다.

'쑥쑥' 크는 홈인테리어 성장세에도 연착륙 실패

그간 홈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은 한샘과 현대리바트 등이 이 시장에 눈독들일 만큼 성장세가 눈부셨다.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부동산 거래 감소와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 증가 등에 따라 2010년 19조4000억원에서 2017년 28조4000억원으로 커졌다.

올해는 41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유진홈데이 입장에서는 커지는 성장세에도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올해는 홈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에서 중요한 한해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이사 수요가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향후 영업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관련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결혼·이사가 실종되면서 봄철 특수가 사라져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봄철 이사·결혼 수요가 줄은데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내수시장이 얼어붙었다. 상반기 장사는 끝났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보겠지만 업계 전체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