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의 가치에 상응하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 가격은 그 재화의 가치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처럼 들리지만 경제학자들을 괴롭힌 문제가 있었다.바로 생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은 값이 낮은데, 왜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는 생명에 직결되지도 않으면서 비싼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일명 가치의 역설라 불리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물이 더 필요한가 다이아몬드가 더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물이다. 반면 물이 더 비싼가 다이아몬드가 더 비싼가에 대해서는 답이 다이아몬드가 된다. 어떤 재화의 유용성과 필요성이 진정한 가치를 나타낸다면 당연히 물이 더 비싸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경제학자들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교환가치(value in exchange)와 유용성을 나타내는 사용가치(value in use)의 불일치를 설명할 방법이 없어 난감할 따름이었다. 우리는 이미 수요-공급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시 경제학자들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난제였다.

이 역설을 풀어낸 개념이 있다. 바로 한계가치(marginal value)다. 즉, 어떤 재화의 가치는 그 재화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와 별도로 재화를 추가적으로 소비할때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물의 경우를 보면 물의 가격이 낮은 것은 물의 전체가치(total value)가 낮기 때문이 아니다. 풍부한 공급으로 인해 추가소비에 필요한 한계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즉 물 한 모금을 더 마시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이 매우 낮기 때문에 물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접근이다.반대로 다이아몬드는 한 개를 더 얻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 또한 다이아몬드를 많이 가졌다해서 더 소비할 때 만족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은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첫 한 모금은 가뭄의 단비같지만 일정량이상 마시면 더 이상 마시기 싫어지지 않던가. 재화의 가격은 그 재화가 가지고 있는 전체가치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한계효용, 즉 하나를 더 소비하고자 할 때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물은 일정량이상 소비하면 더 이상 소비하는 것을 거부하게 되지만 다이아몬드는 아무리 많아도 하나 더 얻고자하는 욕구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는 뜻이다.

장황하게 물과 다이아몬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서울 강남 부동산의 가격 형성에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교환가치와 사용가치의 개념을 통해, 같은 아파트 32평형인데, 서울 강북은 10억원아래이고 서울 강남은 20억원을 넘는 상황을 설명해 볼 수 있다. 32평형 아파트 자체는 강북에 있건 강남에 있건 똑같이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가지고 있다. 즉, 전체가치 측면에서는 별다를 것이 없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차이점은 한 개를 더 소비하고자할 때 비용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의 문제다. 강북의 아파트는 물과 같다. 어느 정도 소비하게 되면 추가적인 소비의 의사가 줄어들게 된다. 강남의 아파트는 이와 대조적이다. 하나를 가지고 있다해도 더 가지고 싶고 값이 높다해도 충분히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이다.

아파트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대표적으로 교통, 학군등의 요소가 있다. 강북지역도 교통편리하고 지하철 다 연결된다. 서울대학교 및 명문 대학에도 학생들 많이 입학한다. 게다가 강북 역시 백화점, 마트도 가깝고 극장도 많이 있다. 생활여건과 교육여건측면에서 차이점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아파트가 배 이상 값이 더 나가는 것은 아파트 그 자체의 가치가 더 높은 것이 아니라 바로 소유자들, 투자자들이 [그가격에 매입해도 만족한다]는 한계효용이 작용하기 때문인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마치 고급 수입차를 타는 이유가 국산차에 비해 더 안전하거나 더 빠르기 때문이 아니라 [더 비싸니까][수입차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니까]라는 이유인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