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이 거칠어졌다. 봄이 되었다는 신호인데 거친 발바닥에 바르는 연고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천연소재로만 만든 인도 히말라야 제약 대표 상품인 풋케어(Footcare) 크림을 매달 인도 출장 때마다 구해와 썼는데 3월 초 출장이 마지막이 되면서 비축분이 바닥나고 말았다. 봄이 지나기 전에 인도에 간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빨라도 한 여름은 되어야 하늘 길이 열릴 듯하다. 인도의 봉쇄(Lock Down)로 인해 항공중단과 비자 효력중지 그리고 이동 제약으로 길이 꽉 막혀 있다.

한국인의 밥상을 맛나게 하는 데에 ‘간장’이 필수 재료이고 이 양조간장을 만드는 데는 ‘탈지대두분’이란 원자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원자재 공급은 인도가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겨울 수확기에 수매된 콩(大豆)을 검사하여 일 년 단가계약을 해야 하는 시기가 이미 지났다. 한국의 밥상에 대란(大亂)이 일어나 모두의 입맛을 잃기 전에 인도로 가야 한다.

대구에 절친이 운영하는 인도 레스토랑이 있다. 본토의 맛이라고 소문난 맛집인데 기약 없이 문을 닫고 있다. 신천지 참사에 이어 인도 향신료 재료 공급이 중단된 까닭이다.

가까스로 쌀농사 위기는 넘겼다. 한국 쌀농사는 과거처럼 못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토(床土)에서 모를 만드는 데 이 상토를 만드는 재료가 코코피트(Cocopeat)이다. 코코피트는 야자껍질이 썩고 마르면서 만들어지는데 그 성질 상 인도산(産)이 절대적이다. 이것이 수입되어야 하는 데 인도 봉쇄가 수출화물 이동까지 막아 이번 봄에 상토 수급난조로 쌀농사가 곤란을 겪고 있다. 원예용 상토 부족사태도 우려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 국가들도 모두 같은 입장이니 원자재 확보전쟁이라도 일어날 판이다.

5월이라 인도에선 과일의 여왕 망고(Mango)가 넘친다. 이때쯤이면 한국에도 인도산 망고가 선보여야 한다. 하지만 수출입조건으로 한국 검역관이 선적전(前)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팬데믹 상황이 연초에 발발하면서 검사요청 현황조사조차 실시하지 못하였단다.

한국기업에서 신기술 개발 인력으로 일하는 인도인이 적지 않은 데 이들이 한국으로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엄중하다. 일부 인도 개발자의 경우 한국 코로나19를 피해 인도로 잠시 돌아갔다가 이제는 인도 코로나19 봉쇄로 한국으로 복귀하지 못해 기업들의 개발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영어실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뒷받침된 인도 엔지니어들은 해외영업에도 역할을 다하고 있기에 기업들로서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다.

인도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이 시급하다. 길이 막히고 비자효력정지 직전에 인도 주거지를 떠나 출장 나선 다수의 한국인들이 인도로 복귀하지 못한 채 졸지에 이산가족으로 지내고 있다. 이들을 인도로 복귀시켜야 한다. 가족 생이별도 문제이지만 대부분이 개인기업이어서 사업장 관리도 절박한 문제이다. 기댈 것은 한국정부의 대(對)인도 협상능력뿐이다.

한·인도 교역의 절대적 수혜는 한국이 보고 있다. 양국간 교역 200억달러를 돌파한 후 벌어진 팬데믹 상황에서 봉쇄가 길어질수록 피해는 인도가 아니라 우리에게 더 클 것이다. 따라서 양국간의 소통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일에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당장 봉쇄의 벽을 부수지 못할 일이라면 사다리라도 놓아서 벽을 넘도록 해야 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의 실천능력을 확인할 시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