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기업의 투자 및 창업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가정신 지수도 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가 지수의 하락은 곧 기업의 성장의지가 약화됐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문화요인, 제도요인, 경제의지, 기업활동, 공공부문 등을 종합해 기업가정신 지수를 산출한 결과, 기업가 정신이 1980년대 대비 2010년대에 절반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기업가정신 지수는 ▲기업호감도, 기업가 직업선호 등 문화요인 ▲경제제도 수준 등 제도요인 ▲경제활동참가율, 공무원 시험 경쟁률 등 경제의지 ▲창업률, 대기업 비중 등 기업활동 ▲법의 지배지수, 국회 발의법안 건수 등 공공부분, 총 5개 부문 14개 항목을 조사해 종합한 결과이다.
전경련이 지난 1981~2018년의 기업가정신 지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지수가 ▲1981년 183.6 ▲2018년 90.1로 37년 새 절반 이상 하락했다.
이를 약 10년 단위로 기업가정신 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1981년~1990년 158.6을 기록한 이후 ▲1991년~2000년 100.8 ▲2001년~2010년 85.4 ▲2011년~2018년 88.2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0년대 평균 기업가정신 지수(88.2)는 1980년대(158.6) 대비 약 44% 하락했다.
기업가정신 지수가 절반 이상으로 떨어진 데에는 기업활동과 공공부문 지수의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 비중은 1981년 약 7%에서 2018년에는 1%대로 하락한 반면, 인구 10만 명당 사업체 수는 조사가 시작된 1993년 약 352.7개에서 2018년 654.6개로 크게 증가했다.
전경련은 “사업체 수는 증가하는 반면, 대기업 비중은 하락한다는 것은 기존 기업의 성장의지가 약화되었다는 방증이다”고 주장했다.
공공부문 지수중에서는 발의법안 건수가 대폭 증가한 것이 기업가정신 지수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법안 발의 수는 ▲11대 국회(1981년~1985년) 491건 ▲20대 국회(2016년~2020년) 24,014개(4/22 기준)로 약 49배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은 “국회는 경제활동 규칙을 정하고 변경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데, 과도한 법안 발의로 인해 불필요한 규제가 다수 양산되어 기업가정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1년~2000년의 기업가정신 지수가 대폭 하락했는데, 이는 모든 구성요소의 악화에 기인한다. 경제의지 부문에서는 1991년 약 100대 7을 기록한 공무원 경쟁률은 2000년 100대2 수준으로 급등했고, 공공부문에서는 발의법안 수가 제14대 국회(1992년~1996년) 902개에서 제15대 국회(1996년~2000년) 1,951개로 2배 이상 상승했다는 것이다.
기업활동 부문에서는 대기업 비중이 1990년 약 2.5%에서 2000년 약 1.1%로 하락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기업가정신 지수가 76.7로 조사기간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전경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하게 기업가정신 지수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며 20대 국회의 발의법안 수는 2만4,014개로 역대 최대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투자 및 창업률 하락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의 하락은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규제완화를 통한 친기업적 경영환경 조성, 기업규제 법안의 신중한 발의, 기업가에 대한 인식 제고 등 기업가정신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절실하다”며 “미증유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가 기업가정신 제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