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악몽’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의 LCD 박리다매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전개되며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은 역시 기술력에 있다는 평가다.

▲ 출처=LG

중국의 예리한 공습

LG디스플레이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4조7242억원, 영업손실 36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적 반등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1분기 영업손실은 LCD TV 팹(Fab) 축소와 코로나 19에 따른 생산 차질로 전 분기 대비 패널 출하면적이 감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면적당 판가가 높은 POLED 제품 비중도 축소되어 전체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6% 감소했다. OLED TV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연간 대형 OLED 출하량은 당초 예상했던 수치와 비교해 10%대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위기가 본격화되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LG화학을 이끌었던 정호영 사장이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나아가 LCD TV 개발 조직을 통합하는 등 LCD 관련 조직을 축소했으며, 이에 따른 자원은 전략 사업인 대형 OLED 및 중소형 P-OLED 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하는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다.

그러나 위기는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중국 광저우 공장은 여전히 공전중이며, 여기에 코로나19에 의한 불황에 이어 중국의 공습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단순히 LCD 시장 교란에 나서는 수준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 LG디스플레이를 떠난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에 스카우트된 한국 직원들이 소위 ‘단물’만 빨린 상태에서 토사구팽 당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중국의 이러한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에 집중하고 있으나, 이 부분에서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이 빨라지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BOE 등 일부 중국 제조사들은 OLED 라인 건설에 속도를 내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자칫 LCD발 시장 교한 상황이 OLED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도 위기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디스플레이는 1분기 매출 6조5900억원, 영업적자 2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반적인 패널 판매 감소로 인해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 연장선에서 탈 LCD 전략을 선언했다. 새로운 QD 디스플레이를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각오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국 제조사들의 삼성디스플레이 물량 쟁탈전이 벌어지며 오히려 ‘중화권 제조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삼성전자가 프리미엄에는 샤프를, 나머지는 BOE나 차이나스타에 물량을 맡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출처=삼성

답은 초기술 격차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국내 제조사들이 중국의 LCD 박리다매 전략에 휘말리는 한편, 중국 제조사들의 인력 빼가기와 이에 따른 기술력 탈취 위험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제조사들이 탈 LCD에 나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공백을 노려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늘리면서 궁극적으로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도 리스크다.

결국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초기술 격차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탈 LCD, QD 디스플레이의 미래에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31일 아산사업장에서 대형사업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LCD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4분기부터 아산사업장, 중국 쑤저우 7·8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대신 QD 디스플레이에 미래를 건다. 오는 2025년까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 등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시장성을 잃은 분야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아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각오다.

마이크로LED 분야에서도 기술력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이 관련 특허의 절반을 가진 가운데 이와 관련된 삼성전자의 전략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건전한 경쟁에 나서는 한편 OLED 패러다임을 강화한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파주 8.5세대 OLED 라인에서 월 7만장을 생산 중이며 2023년 10.5세대 OLED 라인을 확충해 월 4만5000장을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불어나는 OLED 연합군과 함께 강력한 생태계를 창조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P-OLED를 비롯한 중소형 OLED 시장에도 집중한다.

중소형 OLED 시장은 상당히 치열한 업계다. 최근 차이나스타가 중국 우한에 두 번째 6세대 OLED 디스플레이 라인을 구축하는 가운데 중국 BOE도 동일한 라인 건설에 나서는 등 중국 제조사들의 애플 아이폰 물량 따내기 경쟁이 심화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LG전자도 스마트폰에 BOE 물량을 탑재하는 것을 고려하는 등 다양한 전략이 충돌한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물량을 따내려는 중국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업체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