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동결했다. ECB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최대 12% 역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는 30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한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역시 각각 현행 0.25%, -0.50%로 묶었다.

ECB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마련한 7500억 유로 규모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현 위기 상황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고, 그 규모를 늘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또 ECB는 유럽 내 은행들이 이용하는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의 금리를 유로시스템 재융자 평균금리 대비 0.5%포인트 낮춰 은행들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키로 했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유로존 경제가 올해 5~12% 역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전날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하고,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극복할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이날 유로존의 올해 1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전분기 대비 3.8% 줄었다고 발표했다. 1995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연율 기준으로는 14.4% 위축됐다. 같은 기간 4.8% 위축세를 나타낸 미국과 비교해 상당히 악화한 수치다. 이는 유럽의 제한조치가 미국보다 먼저 시작된 탓도 있다.

이날 발표된 프랑스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5.8% 역성장했다. GDP 측정이 시작된 1949년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표다.

공장 파업과 학생 시위가 겹쳐 경제가 대부분 셧다운 됐던 1968년 2분기를 상회했다. 역시 상점 영업 금지와 이동제한령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과 가계소비 급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스페인도 1분기에 5.2%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스페인 통계청(INE)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국적 봉쇄령으로 GDP 집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1분기 성장률의 확정치는 잠정치 -5.2%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2013년부터 이어진 5년간의 긴 침체 이후 경제의 활력을 되찾으면서 유럽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왔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제전망이 매우 암울한 상황이다.

스페인 중앙은행인 방코 데 에스파냐는 지난 20일 펴낸 보고서에서 올해 GDP가 최소 6.6%에서 최대 13.6%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독일의 경제 지표도 악화했다. 독일의 지난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5.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2.8% 감소했다.

4월 실업자 수도 260만 명으로 전달보다 30만 명 정도 늘었다. 독일의 현재 고용자 수는 4천800만 명 정도인데, 이 가운데 1천만 명이 단축근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