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ICT 테크 기업의 1분기 실적은 대부분 선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2분기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언택트 트렌드 ‘기세등등’

언택트 트렌드가 고착화된 가운데 OTT 기업 넷플릭스는 1분기 상당한 숫자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규 가입자만 1577만명을 유치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예상치인 820만명의 2배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문화의 대두로 가입자 폭증이라는 소득을 거뒀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의 전체 유료 가입자는 1억8300만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매출은 57억7000만달러, 순익익은 주당 1.57달러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이용자가 폭증하며 신규 구독자가 크게 늘었으나 이와 관련된 비용부담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현상도 큰 틀에서는 ‘성장을 위한 비용’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한편 디즈니 플러스도 승승장구다. 코로나19로 디즈니 테마파크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으나 디즈니 플러스는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유료 가입자가 8일(현지시간) 기준 5000만명을 넘겼다.

▲ 출처=갈무리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출시와 함께 순식간에 10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모은 상태에서 2월 8일에는 2800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바 있다. 그리고 불과 2개월만에 유료 가입자 5000만명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OTT 수요가 커진 것이 적중했다. 여기에 디즈니 특유의 아동 콘텐츠가 사랑을 받으며 큰 폭의 점유율 상승을 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택근무 플랫폼 줌도 몸값이 치솟고 있다. 최근 보안 리스크가 터지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으나, 재택근무 시장이 부상하며 줌의 존재감은 상당히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도 언택트 문화의 연장선인 재택근무시장에 진출했다. 24일(현지시간) 공개한 메신저 룸 서비스는 최대 50명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그룹 채팅을 할 수 있는 기능으로 무장했다. 굳이 페이스북 계정이 없어도 회의에 참여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은 추후 왓츠앱 등 다른 패밀리 앱에도 비슷한 기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슬랙 등도 코로나19를 맞아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도 승승장구

코로나19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 등이 크게 늘어나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호실적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55조33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CE 비수기와 일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7.6% 하락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서버와 PC용 부품 수요 증가 등으로 5.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7000억원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00억원 증가하는 호실적이다.

반도체가 여전히 건재했다. 1분기 17조6400억원, 영업이익 3조9900억원을 기록하며 탄탄한 입지를 증명했다. 코로나19와 계절적 비수기 요인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증가로 서버와 PC 중심의 수요가 견조하고 모바일 수요가 지속돼 이익이 소폭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인텔도 1분기 198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고 발표했다. 주당이익은 1.3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했다. 

TSMC의 실적도 크게 개선된 가운데 SK하이닉스도 비상했다. 2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1분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매출액 7조1989억원, 영업이익 8003억원, 순이익649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컨센서스가 매출액 6조8680억원, 영업이익 5091억원으로 추정됐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제품 판매 증가와 수율 향상, 원가 절감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 출처=SK하이닉스

플랫폼도 걱정없다

ICT 플랫폼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네이버가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은 1조7321억원, 영업이익은 2215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광고 매출은 줄었으나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따른 이커머스 매출은 올라가는 추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실제로 광고 매출은 144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16.2% 감소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플랫폼 매출은 온라인 쇼핑 수요 확대와 함께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전년동기 대비 56% 성장하는 등 쇼핑 관련 매출의 견고한 성장에 힘입어 7497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12.0%, 전분기 대비 0.4% 증가했다.

실리콘밸리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28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411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 408억 달러를 상회했다. 클라우드 매출은 27억8000만달러, 유튜브 광고 매출은 40억4000만달러로 기록된 가운데 영업이익은 80억달러로 집계됐다.

페이스북도 29일(현지시간) 1분기 호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이 177억7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50억8000만달러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이익은 49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일 활동 가입자수(DAU)는 17억3000만명, 월 활동 가입자수(MAU)는 26억명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분기 매출 350억달러,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한 10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MS가 코로나19의 수혜주로 부각되어 1분기 실적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2분기...퍼펙트 스톰 준비하라

국내는 물론 실리콘밸리 ICT 테크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대체로 선방한 가운데, 방심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광고 매출에 의존하는 플랫폼 기업의 경우 코로나19의 여파를 강하게 받았다는 것이 확인됐으며,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플랫폼 기업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소비 심리 자체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2분기에도 ICT 테크 기업들이 고무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장담하기는 어려운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따른 후폭풍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ICT 테크 기업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