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분양전환가격 산정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판교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는 모두 임대기간이 만료돼 분양전환에 들어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판교 10년 분양전환 중인 공공임대 아파트는 산운마을 11·12단지, 봇들마을 3단지와 판교원마을12단지, 백현마을 8단지, 백현마을 2단지, 산운마을13단지 등총 3952가구다. 

판교 역시 입주민들이 분양전환을 하려고 보니, 주변 시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올랐다.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전환가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이하 '감평')는 현행 법상 인근 아파트 시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3.3㎡당 2000만원 초반대에서 지난 4월 말 기준 3588만원까지 올랐다. 실거래가도 10억원을 웃돈다. 한국감정원 실거래가 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 4월 7일 봇들마을3단지 전용 84㎡는 10억6950만원(12층)에 거래됐다. 

▲ 봇들마을3단지.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감정평가 기준 시점 불명확, 혼란스럽다" 


지난 3월 봇들마을 3단지 입주민들은 분양전환가격 통보를 받았다. 공공주택특별법상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세입자는 1년 내 분양전환을 완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동일법 제50조3에 따라 사업자는 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 내년 3월 안에 모두 분양전환을 끝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입주민들은 통보 받은 분양가격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년 공공임대와 다른, 시세 감평에 대한 부당함이다. 5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의 산술 평균으로 분양전환가격이 결정된다. 임대주택의 건축비와 택지비를 기준으로 분양전환 당시 산정한 가격에서 임대기간 중의 감가상각비를 공제한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 

이에 반해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감정평가액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상한선만 규정돼 있다. 다른 규정은 없는 것이다. 판교 봇들마을 3단지 A씨는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산정에서는 감평가격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 밖에 없다"며 "이에 LH는 감정평가금액 최고 가격으로 계약을 했다"며 이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2006년 당시, 표준임대차계약서. 출처 = 봇들마을 3단지 입주민 제공

이들은 감정평가에서 기준 시점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LH가 판교10년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당시, 임차인들은 입주일을 기준시점으로 알고 분양했다. 그러나 2008년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을 전면 개정해 감정평가 기준시점을 임대기간 만료 후 '분양전환을 요청한 날'로 바꿨다. 입주민 A씨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맞은편 봇들마을 4단지는 일반분양이고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그러나 3단지는 10년 분양전환임대에다 청약저축가입자가 당첨돼 입주했다. 임차인들은 "3단지와 4단지 모두 평형과 세대수가 비슷한 아파트다"며 "시세 분양이라는 건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봇들마을 3단지 입주민 일부와 산운마을 11·12단지 입주민 일부를 합쳐 총 400여 명이 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나중에 명도소송까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도소송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돼 임차인이 집을 비워주지 않을 때 임대인이 관할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를 통해 임대인이 승소판결을 받으면 강제로 점유자를 내보낼 수 있다. 

한 구성원은 "분양전환중지 소송 과정에서 무단 침입을 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달 산운마을9단지 대방노블랜드에서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된 입주민의 집에 건설사 측에서 무단으로 뜯고 들어가 명도소송 사전절차 가처분 고시를 한 바 있다.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선택한 대가가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입주민 B씨는 "임대가 주 목적이라면 청약통장을 상실시키거나 재당첨제한의 불이익을 주면 안된다"고 토로했다. 청약통장을 사용해 일반분양주택 당첨자와 마찬가지로 '재당첨 제한'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어 분양전환임대주택은 일반 분양주택에 준하는 분양주택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이들의 집이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걱정도 했다. 입주민 C씨는 "10년을 내고 살았는데 막상 분양전환가격이 너무 높아서 감당하기 힘들던 찰나 다른 사람이 와서 돈을 보태주고 싸게 분양을 넘기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와 같은 물건이 현 부동산에 다수 나와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도 마찬가지고, 광교 같은 경우는 조기분양으로 시세차익을 챙기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LH와 입주민들 간의 갈등은 진행 중이다. LH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되는 주택이 아니다"고 말했다. 판교 산운마을 11·12단지 등은 분양전환가격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2일 소장이 접수됐고, LH도 법무법인을 선정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백현마을 8단지도 4월 9일 소장을 접수해 대리인 선임 예정이다. 

강동원 법무법인 정의 대표변호사는 "민간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된다. 5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도 건설원가와 시세의 중간가격으로 산정하는데, 유독 10년만 감정가를 넘을 수 없다"며 "5년 공임과 분양전환 기준을 맞추는 방법, 시세 감평이 아니라 원가 산정이나 물가상승 감안한 감평 등 우회적으로 공공임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해결 방법이 있을까? 중요한 점은 '주거권' 침해는 안돼


전문가들도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 분양전환 과정의 문제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정기간 임대주택에서 살았던 것을 담보로 '주거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설적으로 말하면 임대주택에서 지금까지 살았다. 오롯이 손해를 봤다고 보기에는 애매하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분양하자는 것과 조성원가에서 집값 상승률만 계산해서 분양하는 것은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동원 법무법인 정의 대표변호사는 "물론 다른 쪽에서는 '그렇게 싸게 분양하면 시세차익을 다 가져가는 것이냐'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거꾸로 말하면 LH는 공기업인데 시세차익을 다 가져가겠다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강 변호사는 "5년 공공임대 같은 경우 원가와 시세의 중간가격으로 산술평균하라고 돼 있다. 반씩 가져가라고 하는 건데, 10년 공공임대도 그렇게만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 문제인데 LH와 같은 공공이냐, 개인이냐의 문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다분히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최 소장은 "그래도 임대주택에서 사신 분들이 주거권을 상실해서는 안된다"며 "임대주택으로 정상적으로 전환이 돼 원하실 정도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소장은 "이 문제에 대한건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수준으로 논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