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치'(Touch) 시스템은 사람들이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되었다.    출처= Global Grad Show COVID-19,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글로벌 그래드 쇼(Global Grad Show)는 전 세계 대학 졸업생의 디자인 및 혁신을 소개하는 최대 전시회로 ‘세계 최고의 혁신 디자인 전시회’로 불릴 만큼 학문적 독창성을 자랑하는 행사다.

이 행사는 매년 11월 두바이 디자인 위크(Dubai Design Week)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지역을 마비시킨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최근 긴급판이 빠르게 소집되었다.

과연 눈길을 끄는 제안들이 출품되었다. 그 중에는 병원 직원들을 위한 자체 소독 기능을 갖춘 스마트 락커, 배송 운전자가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야외 저장고 같은 것들도 있다.

행사 주최측은 지난 달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에 ‘코로나 19와 관련해 위험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을 해달라는 공개 요청서를 보냈다.

글로벌 그래드 쇼의 큐레이션 책임자 브렌든 맥게트릭은 "위기에 대처하는 데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중 어떤 것은 방어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어떤 것은 매우 창의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집에 갇혀서 그것이 끝나기 만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기준은 없다

혁신의 폭을 극대화하기 위해 참가자에게 어떤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바이 투자청(Investment Corporation of Dubai)의 지원을 받는 주최자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현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단기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맥게트릭은 "모든 입상 프로젝트의 개발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재정적 지원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연구 개발에 수 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는 안 됩니다.”

제출 기간 동안 거의 400건의 제안이 접수되었다. 주최 측은 맨손으로 사물을 잡는 것을 피하게 해주는 그립 핸들 같은 비교적 간단한 것에서부터 스마트 음식 추적 시스템 같은 대담한 기술까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의 최종 목록을 작성했다.

의료진이나 배달원 등 핵심 인력 지원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들이 많았다. 또 일반 대중들을 보호하기 위한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자가격리하면서 다른 가족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한 가정용 격리 텐트는 수도를 연결해 물을 이용할 수 있고 지붕을 반투명으로 만들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되었고, 소위 ‘고별복’(Farewell Suit)은 죽어가는 가족이나 친지를 감염 위험 없이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옷으로, 병원 의료진이 입는 방호복 위생 기준에 따라 제작되었다.

▲ 가정용 격리 텐트(Quarantent) 설계도    출처= Global Grad Show COVID-19, Parsons School of Design

글로벌 혁신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실상 전 세계 구석구석에까지 퍼졌기 때문에, 이번 출품 아이디어들에 대해 이탈리아에서부터 이란, 일본, 미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들이 큰 반응을 보였다.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안나 티치아웃은, 사용자가 얼굴을 만지는 것을 막기 위해 ‘터치’(Touch)라는 접착식 센서를 디자인했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큰 감염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티치아웃은 "사용자의 손목에 붙인 센서에는, 귀에 붙인 또 다른 센서 범위 안에 들어오면 가벼운 진동을 일으키는 작은 모터가 들어 있어 사용자에게 손을 움직이는 동작을 중단하라고 경고한다"고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터치'는 사용자들이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감염의 위험이 높은 행동을 줄이거나 멈추게 하는 습관을 길러줄 것입니다.”

티치아웃은 터치가, 유연한 웨어러블 회로를 만들기 위해 은 나노입자를 액체 금속으로 코팅하기 전에 임시 필름에 인쇄하는 기술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3개 대학의 합동 연구팀은, 봉쇄 조치로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반사면으로 처리된 파이프를 통해 햇빛을 옥상에서 아파트 안으로 유도하는 '솔라 터널'(Solar Tunnel)시스템을 제작했다.

항공우주 공학도인 참가자들은 "지붕에서 빛이 들어와 거울로 처리된 파이프를 통해 반사되어 집 안 깊숙이 생활 공간까지 퍼진다”고 설명했다.

"솔라 터널을 통해 햇빛이 집 안에 들어오면 실내가 따뜻해질 뿐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과 심리에까지 유익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페루 노스 사립대학교(Universidad Privada del Norte)의 한 연구팀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많은 사상자들이 나오고 있는 점에 착안해 의료진들의 근무복을 락커에 걸어두면 자체적으로 화학물질과 자외선으로 소독하는 스마트 락커를 설계했다.

▲ 핸들’(Handl)은 사용자가 맨손으로 오염 가능성이 있는 표면과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휴대용 그립 핸들이다.    출처= Global Grad Show COVID-19, Keio University.

다음 단계는

의료, 혁신, 기술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이 아이디어들을 평가하고 최종 착수할 프로젝트를 선정할 것이다.

그러나 맥게트릭은 최종 프로젝트에 속할 아이디어의 수에는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프로젝트를 실현해 일반 대중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한 엄격한 타임 라인도 없다.

그러나 심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 세계적인 재앙과의 싸움에서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며, 적어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