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이 온라인 표적 광고 방식을 전통적 우편물에 적용하고 있다.    출처= iStoc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33세의 제나 스피넬이 지난 달 우편함에 있는 봉투를 열었을 때, 그녀는 우편물을 보낸 회사가 자신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편물 봉투에는 매트리스 회사 캐스퍼(Casper)와 탈취제 회사 네이티브(Native) 같은 요즘 소비자 직거래로 잘 나가는 4개 회사의 광고지들이 들어있었고, 그녀는 결국 그 중 2개 회사에서 상품을 구매했다.

"그 우편물은 분명히 맞춤화된 것이었습니다. 나는 곧 어떻게 그런 우편물이 내게 배달되었는지 알게 됐지요. 그것은 인스타그램 광고의 아날로그 버전임이 틀림없어요.”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와 이메일 받은 편지함에 수 없이 들어오는 표적 디지털 광고에 무감각해지자, 기업의 첨단기술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의 그런 성향을 알아채고 낡은 방식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로 온라인 표적 광고 방식을 전통적 우편물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온라인 광고 회사가 쓰는 것과 동일한 기술과 데이터를 사용해 누구에게 광고물을 보내야할 지를 판단하고 있다. 사람들의 온라인 검색 활동을 집 주소와 연계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터넷에서 패러슈트(Parachute, 침구 및 욕실용품 회사)의 침대 시트를 검색 조회한 당신의 행적이 온라인에서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까지 당신을 추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당신이 찾는 상품의 광고 전단지를 기꺼이 당신 현관 앞에 갖다 놓을 것이다.

다이렉트 메일 타깃 마케팅 회사 페블포스트(PebblePost)의 루이스 거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10년 동안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메일 과부하’는 절정에 달했다”며 "디지털은 이제 새로운 정크메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당신이 어느 사이트에 가서 어떤 상품을 보면, 한 달에 적어도 40번 정도 그 상품에 대한 광고 메일을 받게 될 것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2019년 한 해 동안 무려 1300억 달러에 달하는 온라인 광고 시장을 만들었다. 이들은 개인 데이터를 이용해 그들의 잠재적인 관심사에 근거한 표적 광고 능력을 보유하고 광고주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인쇄물과 TV 광고에서 인터넷으로 광고비의 상당 부분을 전환한 기업들은 이제 온라인 광고의 효과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현명한 소비자들은 브라우저와 라우터에서 인터넷의 받은 편지함에 들어오는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고 휴지통에 버리는 광고 차단 도구를 사용해 정크 메일을 자동으로 걸러낸다.

전통 우편물 마케팅 회사 케어/오브(Care/of)의 마케팅 부사장 아누 베르마는 "우리 주변에는 항상 디지털 기기가 따라다니지만, 그에 대해 피로감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 우편함에서 자신이 원하는 광고물을 확인하는 순간, 뭔가 새로운 느낌을 느끼지요. 심지어 그걸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각종 광고물, 카탈로그가 넘쳐나는 우편함의 우편물들을 ‘정크’로 만든 것은 그 우편물들이 받는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디지털도 정크메일이 되었다.     출처= Vox

이를 간파한 기업들은 이제 온라인과 현실 세계의 소비자 데이터를 결합하고 있다. 옥외 광고 회사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감지하고 그 사람의 정보에 근거해 개인화된 광고를 보여주는 실험을 한다. 소매 업체들은 고객이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앱의 GPS 정보를 기반으로, 누가 매장 안에 들어왔는지 간파한다. 특정 고객이 매장이나 식당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결제할 때마다 데이터가 수집된다.

그런 데이터는 우편물 발송에도 적용된다. 페블포스트는 침구회사 패러슈트, 적십자사 등과 제휴해 회사의 웹사이트 방문 기록을 토대로 연간 수십만 통의 우편믈을 발송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알고리즘적이고, 고객의 행동에 근거한 맞춤형이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기적절하고 자동화된 우편 서비스입니다.”

페블포스트는 특정 기업 웹사이트에 방문한 적이 있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이 그 고객에게 직접 접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들은 방문자가 기업의 웹사이트에 방문해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어느 상품을 클릭했는지, 보기만 하고 구매하지 않은 상품은 무엇인지 등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관련성이 높은 고객(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으로 좁히고, 그들이 확보하고 있는 다른 소스(관공서나 다른 기업)의 데이터와 상호 참조해 주소를 매칭한다. 그리고 12시간에서 24시간도 채 안돼 관련 광고와 제안이 들어있는 광고물이 인쇄되어 해당 주소로 우편 발송된다.

그 동안 각종 광고물, 카탈로그가 넘쳐나는 우편함의 우편물들을 ‘정크’로 만든 것은 그 우편물들이 받는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쉐어 로컬 미디어(Share Local Media)도 이와 같은 보다 현대적인 우편 발송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그들은 매트리스 통신판매 회사, 주문형 음식배달회사, 최신 유행하는 가정용품 회사들을 위한 광고를 대행한다. 회사는 인구통계, 과거 구매 패턴, 고객의 관심사에 근거해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우편물을 발송한다.

미국 우정사업본부(USPS)의 스티브 몬티스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2019 년도에 무작위로 보내는 광고 우편물들이 2.1% 감소했는데, 이는 표적 광고 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광고회사들은 마을 전체를 광고물로 융단 폭격하는 대신, 예를 들면 ‘신용도가 높은 35~45세의 전문직 남성’에게만 우편물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수집에 대한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표적화된 우편물 발송은 온라인 광고처럼 소비자로부터 의심을 받기 시작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짐 네일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은 결코 관심을 갖지 않을 제품에 대한 광고물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은 기업과 마케팅 회사들이 세련된 광고를 하기 위해 자신들에 대해 다 많은 정보를 갖는 것을 점점 더 불편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페블포스트의 거쉬 CEO는, 그동안 온라인 광고에서 범했던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느 소비자가 웹사이트에서 무릎 높이의 표범 무늬 부츠를 봤다고 해서 그 고객에게 무릎 높이의 표범 무늬 부츠 사진을 보내는 지나치게 노골적인 광고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편물 발송 업체에게는 발송 목록이 익명으로 전달되며 특정인의 주소가 노출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특정 개인을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고객에게 존경과 신뢰를 주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것만 전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