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시대가 온다> 김지만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경기침체 국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다. 경제활동이 곳곳에서 멈췄다. 초유의 일이다. 각국 정부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빚 내가며 돈을 퍼부을 따름이다. 이 와중에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연 0.75%로 낮췄다. 처음 겪는 제로금리 시대다.

저자는 제로금리 시대에 개인이 자산을 지킬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선진국들의 경험을 살피고, 우리가 직접 맞닥트릴 일들을 따져본다. 저자는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금융위기를 비롯해 일본 원전 사고, 유럽 재정위기, 영국의 브렉시트 등 초대형 악재들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지만 결국 회복했다고 지적한다.

책 속의 부동산 관련 내용은 눈길을 끈다. 설득력이 있다. 일부 내용을 정리한다.

◇한국에선 일본식 ‘부동산 버블붕괴’ 없다

비관론자들은 일본식 버블 붕괴가 닥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시차를 두고 일본의 과거 모습을 좇아가고 있으니, 한국 부동산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버블 붕괴 현상을 보였던 1990년 전후의 일본은 대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출은 방만하게 이뤄졌고 부동산 공급도 장기간 이어졌다. 반면 한국은 2017년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태다. 현재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때 LTV(담보인정비율) 40%가 적용되고 있다.

◇한국 인구, 23년 뒤에도 5000만 명이다

최근 금융시장이 심하게 요동치자 주택시장 붕괴론이 다시 등장했다. 비관론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지금 상황이 비슷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금융위기 때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위기의 시작점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원인이었기에 미국 주택시장부터 무너졌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그와는 다르다.

주택시장을 사실상 결정하는 수요 측면에서 보자. 한국의 주택수요는 당장 감소할 것 같지 않다. 통계청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의하면, 한국 인구는 향후 23년간 큰 변동이 없다. 인구 감소가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시점은 무려 40년이나 지나서다.

2019년 12월 현재 한국의 주민등록 인구는 5185만 명이다. 오는 2043년까지는 5000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2044년부터 5000만 명을 밑돌 전망이다. 2050년 4774만명, 2060년에는 4284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수요, 향후 20년간 늘어난다

한국의 가구수는 향후 20년간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 가구수는 2020년 2035만 가구, 2030년 2203만 가구, 2040년 2265만 가구로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후 감소로 반전되지만 2045년에도 2245.6만 가구로, 2020년보다 10만 가구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공급이 한정된 서울의 가구수는 어떨까. 서울 가구수는 2020년 385만 가구다. 10년 뒤인 2030년에는 390.9만 가구로 거의 정점에 이르며, 이후 감소될 전망이다. 그런데 2040년에 이르러서도 383만 가구다. 2020년과 비슷하다. 수도권인 경기 지역은 2042년까지 증가일로다.

한국인들은 주택을 쉽게 팔지도 않는다. 고령화로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지금까지 집값은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주택 소유율은 30세 미만부터 70대까지 계속 증가한다. 80세 이상이 되어야 감소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