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공격적인 투자에 시선이 집중된다. 두 기업은 최근 소송 등의 분쟁을 거치며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켰으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 미국 1공장 정경. 출처=SK이노베이션

최태원 회장 비전 현실로...제2공장 건설

SK이노베이션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중인 1공장을 포함에 추가 2공장 건설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공장은 11.7GWh 규모로 건설될 예정으로, 올해 7월 착공해 2023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착공한 미국 조지아 1공장은 2022년 양산 시작을 목표로 현재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를 통해 8900억원의 출자를 결의하며 2공장에 힘을 실었다.

SK이노베이션의 탄탄한 북미 배터리 로드맵이 눈길을 끈다. 2공장이 가동되는 2023년이면 미국에서만 21.5GWh/년의 규모를 갖추게 되며, 글로벌 생산 규모는 71GWh에 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생산량 100GWh 규모의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탑 플레이어(Top Player) 수준의 생산규모를 확보하는 한편 전기차 산업의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물류비용 절감, 현지 공장을 통한 미국 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에 대한 안정적 배터리 공급 기반 확보 등으로 추가적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의 2공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비전이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있었던 ‘SK의 밤 행사’에서 “SK는 북미 사업 확장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사회와 함께 성장하기를 희망하며,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최대 50억달러 투자 프로젝트”라 밝힌 바 있다. 2공장이 현지 생산시설 확보의 2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의 북미 배터리 굴기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어려울 때 일수록 딥체인지를 위한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정공법”이라며, “이번 투자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 전기차 산업의 벨류체인과 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LG화학 여수공장. 출처=LG화학

금융권 협력에 탄소나노튜브 증설까지

LG화학도 공격적인 로드맵을 전개하고 있다. 

LG화학은 23일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7000억원 규모의 그린론(Green Loan) 조달 계약식을 가졌다. LG화학은 이를 바탕으로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 등에 소요되는 투자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올해 배터리 분야 시설투자에 약 3조원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완성하게 됐다. LG화학은 현재 약 150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그 연장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시대를 빠르게 넘어선다는 각오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선다. 내년 1분기까지 약 650억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탄소나노튜브(CNT) 1200톤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은 기존 500톤과 합쳐 총 170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와 열 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신소재며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 선도업체로 탄소나노튜브를리튬이온배터리에 적극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글로벌 소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된다”며 “향후 탄소나노튜브를 비롯해 차세대 고부가 소재 분야에서도 독자기술 및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시장선도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