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코리아 사옥 모습. 출처=전현수 기자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넥슨코리아가 네오플로부터 차입한 실탄 1조3500억원의 향방이 게임 업계의 화두다. 업계는 그간 넥슨코리아의 인수합병(M&A) 행보를 고려해 게임 개발사로의 투자를 유력하게 점치는 분위기다.

2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자회사 네오플에게 세 차례에 걸쳐 누적 1조7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차입했다. 지난해 9월 4000억원을, 이달 3820억원, 1조원을 연이어 빌렸다. 상환일은 각각 1년 뒤이며, 이자율은 4.6%로 연 이자비용만 780억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액수다.

이중 3500억원은 지난해 원더홀딩스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데 사용됐다. 차입으로 확보한 남은 실탄은 1조35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넥슨코리아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 7100억원을 함께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2조원에 가까운 투자도 불가능하진 않다. 

넥슨코리아는 자금 차입을 공시하며 그 목적에 대해 “운영자금 및 투자재원”이라고 명시했다. 대규모 M&A가 예상되는 셈이다. 실제로 부채를 갚기 위한 자금 조달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넥슨코리아의 부채비율은 34% 수준으로 양호하다.

만약 넥슨코리아가 빅딜을 추진한다면 비게임 사업보다는 게임 사업을 향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는 분위기다. 넥슨코리아가 지금까지 단행한 빅딜이 대부분 주요 개발사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말 기준 종속기업 네오플(던전앤파이터 개발), 넥슨지티(서든어택 개발), 넥슨네트웍스(게임 서비스), 엔미디어플랫폼(게임 서비스 플랫폼), 넷게임즈(V4 개발), 티디에프(그래픽 리소스 제작) 등을 보유하고 있고, 관계기업으로 슈퍼캣(바람의나라: 연 개발), 슈퍼애시드(마기아 개발), 스튜디오비사이드(카운터사이드 개발) 등을 두고 있다. 이는 모두 게임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처럼 넥슨코리아의 M&A는 그간 게임 부문에 집중됐다. 통칭 불리우는 ‘넥슨’은 블록체인, 유모차, 명품 패딩, 레고, 팻 푸드 등 다방면에 투자한 이력이 있지만, 이러한 비게임 부문 투자는 지주 회사인 NXC가 도맡았다. NXC는 김정주 회장이 최대주주로 이끌고 있다. NXC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 본사인 넥슨 재팬(대표: 오웬 마호니)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넥슨 재팬은 한국 지사인 넥슨코리아(대표: 이정헌)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구조다.

다만 조단위의 딜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국내 시장의 경우 조단위 규모의 딜이 성사될 만한 신생 개발사를 찾기 힘든 상황이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견 업체는 알려진 바가 없다. 때문에 업계는 넥슨코리아의 행보를 더욱 예의 주시하고 있다.

허민 대표가 이끄는 원더홀딩스도 투자 가능 대상으로 꼽힌다. 허민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넥슨코리아의 외부 고문으로 영입됐다. 당시 넥슨코리아는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지분 11.1%)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원더홀딩스는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의 모회사이며 게임 개발 자회사인 원더피플를 보유하고 있다.

M&A 대상을 해외에서 찾을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로 넥슨 재팬은 지난해 8월 스웨덴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향후 5년 안에 지분 전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미·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포석을 깔고 있다는 평이다.

한편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우리가 가진 라이브 서비스 역량에 더욱 투자해 ‘초격차’를 만들어 내보려 한다”면서 “신작들을 더욱더 갈고 닦아서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