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본업만으로는 더 이상 먹고 살기 힘들다. 카드사들이 카드사라는 명칭을 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A카드사 관계자.

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에 카드사들은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수료 사업으로는 수익성을 유지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 우려 속에서도 비용절감 전략 외에 실적을 선방한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사업다각화’ 전략이다.

카드사들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의 이점을 살려 자동차 할부금융, 리스금융, 빅데이터 컨설팅 등 말 그대로 ‘돈 되는 사업’에 업종 구분 없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

각종 규제에 막힌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카드사들도 늘고 있다. 한 가지 전략만으로는 떨어지는 수익성을 잡을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선 결과다.

자동차 할부금융부터 리스사업까지

우선 카드사들은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캐피탈사에서 주도해왔던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은 연체율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국민·삼성·우리·롯데카드 등 5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수익은 2429억원으로 전년 2229억원 대비 9.0% 증가했다.

회사 별로 보면 신한카드 1182억원, KB국민카드 713억원, 삼성카드 325억원, 우리카드 195억원, 롯데카드 12억원 순이다. 같은 기간 이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역시 7조4330억원으로 전년 7조714억원 대비 5.1% 늘어났다.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다. 중고차금융은 금리가 높아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8월 준공 예정인 충남권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메카인(in)천안’과 금융제휴를 체결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월 오토금융센터를 열고 중고 차량매매부터 할부금융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최근 공인인증서와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자동차 리스와 장기 렌터카를 신청할 수 있는 ‘리스·렌트 특가몰’을 열었다. 고객들은 이 온라인몰을 통해 3개월에서 최대 60개월까지 차 할부 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하나카드도 신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하반기부터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은 아직까지 캐피탈사가 크게 장악을 하고 있는 시장이라 꾸준한 수익성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며 “다만 기존 수수료 사업에 의존해오던 카드사들의 수익원이 다각화된다는 측면에서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스금융도 활발하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아이폰‧아이패드‧맥북에어 등 애플제품을 대상으로 ‘리스 금융’을 개시했다. 전자기기를 대상으로 리스금융을 선보인 곳은 KB국민카드가 최초다. 리스 금융 약정이 완료되면 KB국민카드는 리셀러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고객에게 인도하고 고객은 매월 리스료를 분할 상환하게 된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 5000억원 규모의 장기렌터카 자산을 현대캐피탈로부터 인수했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장기렌터카 수수료 기반 리스부문 영업수익은 1943억원으로 전년 1304억원 대비 48.9% 증가했다.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마케팅 컨설팅 제공

빅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도 카드사들의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빅데이터 컨설팅이란 가맹점 등에 카드결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오는 7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가명정보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카드사들도 빅데이터 컨설팅 시스템 구축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카드는 2016년부터 시행 중인 빅데이터 컨설팅 서비스 ‘비즈인사이트’를 재정비하고 있다. 개인화 마케팅 서비스 ‘링크’ 등과의 연계를 통해 빅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를 확대, 고도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비즈인사이트는 업체가 속해 있는 소비 트렌드, 고객 특성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링크는 개인의 소비패턴과 선호업종 등을 분석해 맞춤형 개인 혜택을 제시한다.

신한카드도 빅데이터 컨설팅 사업을 확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빅데이터 컨설팀 관련 조직들을 통합하면서 본격적인 수익성 창출을 위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빅데이터센터 내 ‘데이터비즈’ 랩과 기존 빅데이터 컨설팅 셀을 합치며 신규 부가가치 창출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빅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로 당장의 유의미한 수익성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카드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남방국가’ 해외로 눈 돌린다

카드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KB국민카드‧우리카드 등의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신한카드의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4개 해외법인은 총 20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출범한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는 당기순익이 183억6300만원에 육박했다.

KB국민카드의 캄보디아 법인 KB대한특수은행은 지난해 1억700만원의 순익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우리카드의 미얀마 현지법인 투투파이낸스도 27억1700만원의 순익을 올리며, 전년 3억4600만원 대비 7배 가까이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국내 경영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카드사들의 해외 진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신한카드는 연내 신한베트남파이낸스의 신규 지점 3곳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은 물론 빅데이터 기반 개인화 마케팅 등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카드는 4월 27일 신용대출, 자동차대출 등 소비자 금융 사업을 영위하는 태국 여신전문금융회사 ‘제이 핀테크’ 지분 인수를 위한 ‘신주인수계약(SSA)’을 체결, 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 최초로 태국 소비자 금융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소비자금융 기업 FCCOM의 지분 50%를 인수한 현대카드도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흑자전환 하고 있는 해외시장은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카드사들이 도전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