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지원책을 최근 마련한 것은 국산차 업체에 호재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수요·공급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업체들이 자력갱생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정부의 지원 규모가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에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단기 지원책에서 더 나아가 정책을 과감히 개선하는 등 능동적으로 나섬으로써 자동차 산업 내 업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지난 4월 25일 자동차 산업 등 기간산업을 돕기 위해 내놓은 카드인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일단 자동차 업계 내 기업에 요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자동차 산업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점에 공감해 금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에 대한 국가보증 동의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 등 7개 업종을 돕기 위해 이번 기금채를 마련했다. 외부 기관 투자자들이 채권을 매입하고 국가에서 부채 상환을 보증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정부의 이번 지원 규모는 앞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요청한 수준에는 못 미친다. KAMA는 최근 완성차·부품업체의 남품대금용 기업어음 매입, 차입금 만기 연장, 저신용업 대상 채권담보부증권(P-CBO) 추가 매입 등 지원책을 위해 33조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원 대상인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지원 기금의 규모·대상 등 세부 사항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부품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간산업지원기금의 혜택 내용 뿐 아니라 앞서 정부에서 시행해온 자동차 산업 지원책은 실효성이 낮다”며 “조합은 코로나19 사태로 한계가 더욱 두드러지는 기존 지원책에 대해 정부에 줄곧 인지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수익원인 제품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최근 시장 트렌드에 맞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단법인 국가미래연구원이 지난 2월 발췌 인용한 연구보고서 ‘가치사슬 관점에서 분석한 차세대 산업 경쟁력 문제점과 정책방안’에는 친환경차 보조금 증액, 친환경차 부품 국산화 확대, 부품사 연구개발(R&D) 역량확보 지원 등에 대한 정부 대상 제안책이 담겼다. 친환경차, 부품사 등을 키워드로 한 방안들을 마련하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란 주장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는데 실패할 경우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정부는 국내 자동차 산업 뿐 아니라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고부가가치를 지닌 미래차 사업에 초점을 맞춘 정책·기본계획(마스터 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친환경차 사업을 콘셉트로 국내 중소기업 역량 함양, 인재 양성, 인프라 확장 등 방안을 펼침으로써 우리나라 산업에 새로운 가치사슬을 형성·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