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산차 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최우선 요소는 ‘단기 유동성 확보’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2강’은 자체 보유한 현금성 자금으로 제품 수요 급감에 따른 수익성 악화 현상에 당분간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등 국산차 업체 ‘3중’은 제너럴 모터스(지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마힌드라 등 해외 대주주를 두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의 악영향을 국내 업체들보다 더 크게 받고 있는 해외 주주들로부터 유동성 위기 대책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마힌드라가 당초 오는 2022년까지 쌍용차의 흑자 전환을 위해 2300억원을 투자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것이 대표 사례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도 앞서 본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수 차례 닥쳐온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또 한 번 도전과제에 직면했다.

국산차 5사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공통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긴축경영, 부품 공급처 다변화 등이 주요 대책으로 꼽는다. 완성차 업체가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도모하기 위해선 일단 현재 처한 불황에 맞서 무너지지 않는 게 능사라는 점을 방증하는 대책들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자의·타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줄어든 수입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있다. 시장에는 악재다. 한국은행이 소비자들에게 생활형편, 가계, 경기 등 분야에 대한 현황·전망을 설문한 뒤 내놓는 경제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1월 104를 기록하는 등 작년 8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하다 지난 3월 78로 뚝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낮을수록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여김을 의미한다.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소비를 줄이는 경향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 업체는 코로나19 때문에 제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 생산 활동을 줄이거나 멈춤에 따라 임금 등 고정비를 지출하기 어려운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만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수요·공급 사정이 해외에 비해 나은 점은 안도할 만한 요소다.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진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로 꼽힌다. 자가격리·사업장 폐쇄 등 조치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셈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불황을 온몸으로 견디는 동시에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이후 시장에서 수요 행태, 공급 방식 등 분야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솔루션이다.

회계법인 삼정KPMG는 지난 4월 20일 발간한 보고서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산업 동향 및 전망’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점별 비상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경영, 공급망 등 사업 전반에 걸친 주요 리스크를 파악하는 등 조치를 우선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제품·서비스 공급에 관한 안정적인 기조를 어필하는데 주력함으로써 고객 기반을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사태 이후엔 공급망·사업체계·투자전략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정KPMG는 보고서에서 “자동차 업계는 사업전략·경영관리 등 측면에서 비상계획을 수립해 위기 가운데 기회를 포착하고 예기치 못한 위협요인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산차 업체들은 각사별 자금력이나 전략적 차이에 따라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행보에서 격차를 보일 전망이다.

현대차·기아차 양사는 차량 전동화·자율주행·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수십조원대 규모로 투자하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직전 앞세운 국내외 차량 판매실적 전망(457만6000대)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의 발로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6~7일 이틀간 올해 1분기 판매현황 설명회를 열고, 올해 판매량이 우리나라에선 소폭 감소하지만 중국·남미 등 해외시장에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르노삼성차도 올해 XM3를 비롯해 신차 6종을 출시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앞서 지난 4월 24일 출시한지 한 달 된 XM3가 누적 출고 1만 대를 돌파하는 등 성과를 거둠에 따라 자신감을 얻었다. 국산차 5사 가운데 선제적으로 전개해온 온라인 구매 계약 등 비대면 서비스를 더욱 개선함으로써 코로나19 사태에 확산된 새로운 소비문화에 대응할 방침이다.

한국지엠도 2018년 산업은행, 지엠 등 주요 주주들과 합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신차를 잇따라 내놓으며 고객 수요를 공략하고 나섰다. 최근 콜로라도, 트래버스 등 전량 수입 모델을 들이는 등 제품 다양성(믹스)을 개선함으로써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 기반 전기차 모델을 당초 계획대로 올해 말 이후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최근 대주주 마힌드라의 투자계획 철회로 인해 경영 지속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외부 평가를 받고 있다. 쌍용차는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최근 우호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품질력, 서비스 등 측면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등 노력할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어필해 정부, 대주주 등 기업 외부로부터 지원책을 확보하는데도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