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밑천을 드러냈다. 부품 공급처 일부 지역 편중, 돌발상황 대책 부재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의 발생과 이후 시장 경제에서 발생한 악영향에 대해선 누구도 예측하거나 대비하지 못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앞서 코로나19 사태와 유사한 재난 상황을 겪었음에도,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위기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

메르스, 사스 등 전인류적 악재들이 과거부터 발생해온 점을 비춰볼 때 앞으로 시장경제를 강타할 제2의 코로나19 사태가 도래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런 이유로 국산차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들을 취합해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생존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일부 업체들이 협력사·소비자·주주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실행해야 할 부분이다. 각 업체들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도 살아남기 위해 마련해야 할 전략의 소재를 현재 처한 실정에서 찾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경우, 지난 2월 중국에 위치한 협력사 부품공장이 코로나19 여파로 가동 중단됨에 따라 국내 공장 대부분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통합배선뭉치(와이어링 하니스) 단 하나의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서다. 현대차는 공급처를 선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재난에 따른 공장 휴업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는 현대차 뿐 아니라 같은 기간 중국발 부품난으로 당시 생산차질을 빚은 국내외 완성차 업체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지적사항이다.

반면 위기 속에서 찾은 기회요소도 있다. 업체별 신차 경쟁력, 노사 협력 기조(모멘텀) 확보 등이다.

현대차 아반떼·G80, 기아자동차 쏘렌토, 르노삼성자동차 XM3 등 신차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 이후 출시됐지만 높은 판매고를 보였다. 기존에 출시됐던 일부 모델들의 수요가 급감한 점은 신차들이 가성비나 성능을 인정받았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고객 수요가 산업 전반에 걸쳐 위축된 시기에 신차의 상품성이 빛을 발한 셈이다.

강경 기조를 앞세워온 기업별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사측에 협력의 손길을 내민 점도 코로나19 사태의 ‘순기능’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월 27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노동조합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품질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이 가운데 조합원들의 권익·복지를 확대해 나가고 고용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이번 입장을 통해 사측에 대한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대신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를 비롯해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산차 업체들이 작년 기준 임금 협상에서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합의하는 등 한발 물러선 점도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밖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차량을 구매하기보다 공유하거나 빌려타려는 고객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존 시장 전망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번 전염병 대확산(팬데믹)의 여파로 차량을 타인과 공유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자차를 가지려는 고객 니즈가 확산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차량공유 시장이 아직은 수익원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차량 구매 추세를 더욱 부각시키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엠이 지난 4월 21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운영해온 차량 공유 서비스 ‘메이븐’을 철수하기로 한 점을 꼽을 수 있다. 2016년 서비스를 개시한 후 제공 지역을 적극 확장해오다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4년 만에 접었다.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도 이달 초 계열사에 배포한 보고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트렌드 변화’를 통해 차량호출·공유 서비스 대신 구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동수단을 소유하려는 고객 니즈가 더욱 커지는 등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경영 환경이 도래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산업에 일어날 변화에 대비할 방책을 업체에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현재로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기에 대해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국산차 업체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래차 사업 박차, 수익원 다변화 등 경영체질 개선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