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중심의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독경제가 소비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모델은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는 이미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공유해서 사용하는 협력 소비경제를 의미한다. 공유경제를 상징하는 ‘에어비앤비’, ‘우버’ 등의 등장은 공유경제를 마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 비즈니스 모델처럼 인식시켜주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무실공유플랫폼 ‘위워크’의 IPO(기업공개) 철회나 차량공유플랫폼 ‘우버’와 숙박공유플랫폼 ‘에어비앤비’의 내림세가 가속화되면서 일각에서는 공유경제 몰락의 징조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이와 반대로 구독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구독경제란 일정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화장품, 의류, 식품 등 제품을 제공받거나 일정기간 영화, 음악, 도서 등 콘텐츠와 미용 등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모델로, 핵심은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성향이나 가치를 파악하는 서비스로의 전환이다.


구독경제, 넷플릭스에서 자동차까지


구독경제는 월(月)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무제한 콘텐츠 이용이 가능한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가입자 수가 1억7409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동기 대비 700만명(17%) 늘어난 수치다. 최근 디즈니와 각국 토종 OTT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신규 가입자 유입이 둔화됐던 걸 감안하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늘어난 가입자 수만큼 주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중순 30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넷플릭스 주가는 4월 들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439.17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목표 주가도 450달러에서 500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코로나19로 디즈니월드 임시 폐장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디즈니도 OTT 서비스로 기사회생하는 모습이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8일 가입자 수 5000만명을 돌파했다. 두 달만에 가입자 수가 2000만명 넘게 늘었다.

이 덕분에 주가도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디즈니월드 임시 폐장으로 115달러에서 89달러까지 떨어졌던 디즈니 주가는 최근 100달러선을 회복했다.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 출처=IBK투자증권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산해 최근에는 생필품부터 자동차 등 모든 재화를 월 구독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은 지난 2000년 2150억 달러에서 2015년 4200억달러까지 증가했다”면서 “올해는 5300억 달러(한화 약 64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현재 70% 이상의 기업이 구독서비스를 도입했거나 고려중이며,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구독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북미나 유럽과 같이 구독경제가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시장에서는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연간 소득의 10% 이상을 구독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구독경제에 지출하는 비용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현대차는 지난해 월 구독형 프로그램 ‘현대 셀렉션’을 출시하며 구독 경제 대열에 합류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한 고객이 구독 기간 내 복수의 차량을 변경하며 운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차는 지난 4월 20일 서비스 차종과 이용 가능 지역을 확대하고 요금제를 다변화 하는 등 구독 사업을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향후 고성능 N라인업과 킥보드, 카쉐어링 등 다양한 모빌리티와 연계된 서비스도 계획 중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구독형 프로그램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을 출시한 기아차 역시 지난 3월 전기차 전용 구독 서비스(기아플렉스 EV라인)를 추가하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볼보, BMW,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구독 서비스 사업 진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자동차 구독 시장은 연평균(19~23E) 약 63% 성장해 2023년 그 규모가 78억8000만 달러(약 9조 7,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뷰티산업도 구독경제를 반영한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아모레퍼시픽(스테디)과 LG생활건강(그루밍박스), 애경산업(플로우), 중소기업으로는 톤28이 구독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 업체는 배송 주기에 다라 개인별 맞춤 화장품을 정기 배송하며 소비자의 기호와 상황에 따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식료품 구독경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식료품 구독경제 시장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간편식 문화가 형성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HMR, 식자재, 외식 등 다양한 형태로 식료품 구독경제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 출처=IBK투자증권

국내 식료품 구독경제 시장은 아직까지 타 업종 대비 그 규모가 미미하지만 1인 가구 증가, 가정간편식(HMR) 수요 확대,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배송 등 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대형 식품 제조사 중심으로 직영몰을 리뉴얼하거나 신제품을 자사몰에서 먼저 공개·판매하고, 직영몰 전용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자체 온라인몰 사업 확대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2월 음식료품 온라인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71.1% 증가했고, 농축수산물과 음식서비스 거래액도 각각 103.7%, 82.2% 증가했다.

김태현 연구원은 “지난해 온라인으로 가공식품을 구매한 가구의 78.6%가 월 1회 이상의 구입 빈도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8년 대비 6.2%포인트 늘어난 수치”라면서 “특히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소비가 부상하면서 간편식, 신선식품, 배달음식 등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소비가 부상하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편리한 온라인 채널이 주요 식품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하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식품 구독 서비스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국내 식료품 구독경제 시장에서 주목해야할 종목으로 식품업체 동원F&B, 신세계백화점, 현대그린푸드, 남양유업 등을, 음료업체 롯데칠성음료, 매일유업, 아모레퍼시픽(오설록), 오리온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