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 김덕호 기자.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유통지형을 바꿨다. 유통의 중심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졌고 대형화, 옵니채널 형성, 감성쇼핑 매장 출점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의 부활’을 기획하던 유통업체들은 제대로 된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경쟁력 강화에 ‘조(兆)’ 단위의 투자를 집행했지만 이에 따른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 탈출구를 열심히 찾는 와중에 덮쳐진, 그야말로 재난이다.

문제는 코로나19만이 아니다. 이번 이슈를 무사히 넘긴다 해도 정부의 ‘규제’가 그 앞을 막아서고 있다. ‘대형마트 심야영업 제한’ ‘주말 의무휴업’이 대표적이다. 대형쇼핑몰의 입점을 막는 ‘입지규제’도 꼽히지만 신규 출점하려는 기업이 없기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쓸모없는 규제라는 말이 나온다.

이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월 4회’로 늘리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주 2회 의무휴업이 정착된 상태에서 이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쉬는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전통시장, 소상공인 유통업체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지금의 주말 의무 휴업(월 2일)은 정착된 상황. 이 기간 고객들은 대형마트의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월 4회 휴업이 결정되면 지금의 상황이 두 배로 늘어날 게 뻔하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 규제들이 ‘온라인 쇼핑 확장’이라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의 큰 변화를 무시한 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 상인들은 착하고 대기업은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이들을 둘러싼 정치권의 확증편향적 자료 모으기가 반영된 결과다.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들에는 허용되는 온라인 주문을 특정 기업들에만 금지하겠다는 규제가 옳다고 보는 것일까? 노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투입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을 옥죄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하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좁은 국토를 가진 나라다. 삶의 공간이 한정적이고, 신도시가 아니고는 지역별 상권이 딱 정해졌다. 전통적인 유통환경보다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지금의 환경은 이 결과가 반영된 상황으로 보는 것이 이해가 쉽다. 어느 한쪽의 말만 듣고 그들에게 실효성 있는 입지 규제를 한다면 대형 유통업체들은 성장은 커녕 생존도 힘들다.

모든 규제에는 양면성이 있다. 목적과 취지, 적용 기준과 대상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시각이 상존한다. 지역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효율성과 산업 전체의 발전을 면면이 고려한 뒤에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 약자의 편만 들어서는 발전은커녕 시장 전체의 퇴보가 올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환경, IT와 배송 시장 확대, 시장과 대형마트의 현실과 발전 과제, 이 모든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지금의 규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 틀을 갖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