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2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차세대 3D 패널인 ‘FPR 3D’ 출시 1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모습.


지난해 12월 15일 중국 북경에서 가진 차세대 3D 패널 ‘FPR 3D’ 출시 1주년 기념행사에서 LG디스플레이 한상범 CEO(당시 TV사업본부장)는 “FPR(Flim-type Patterned Retarder, 필름패턴편광안경방식) 3D가 출시 첫 해 만에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2012년은 중국에서의 성과를 발판으로 FPR 3D가 세계로 발돋움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0년 12월 5일 북경에서 FPR 3D 출시 행사를 개최하며 처음 시장에 진입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이후 FPR 3D는 단기간 내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압도적 점유율을 달성했다. 또한 FPR 3D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3D 시장은 전년 대비 40배 성장해 2011년 500만대 수준으로 단일시장 중 최대 규모로 발돋움했다.

회사측은 현재 FPR 3D가 출시 1년만에 중국과 북미, 유럽 등 출시하는 나라마다 돌풍을 일으키며 3D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출시 4개월 만에 점유율 50%를 돌파했으며, 북미와 유럽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

기존 셔터글라스 방식 불편감 완전 해소
디스플레이서치는 또한 소비자들이 기존 셔터글라스(SG)방식의 3D에 대해 느끼고 있던 불편함을 대폭 제거한 FPR 3D 출시 이후, 2011년 글로벌 3D TV 시장은 전년 대비 10배 성장한 1800만대, 2012년에는 3600만대를 돌파하는 등 2014년까지 연평균 147%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백화점이나 가전 매장에서 3D TV를 사려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초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LG, 삼성 간 치열한 3D 기술공방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특히 작년까지만 해도 ‘비싸다’, ‘안경이 무겁고 불편하다’, ‘깜박거림이 심해 눈이 아프다’는 평가로 인해 외면 받았던 3D TV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시 받게 된 것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FPR 3D TV가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아바타’의 성공에 자극 받은 가전 업체들이 3D TV를 대거 출시했지만 가격적인 부담이나 ‘건강’에 대한 우려는 3D TV 시장 확대의 장애 요인이었다. FPR 3D 기술의 등장으로 이 한계를 극복했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FPR 3D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3D 안경이 보통의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겉보기엔 슬림한 선글라스와 비슷한 안경이며, 특히 안경을 쓴 사람들은 탈부착식 렌즈도 사용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ISE 2012’에 참가, FPR 3D 기술이 접목된 테두리 사이 두께 5.3mm의 수퍼 내로우 베젤 55인치 멀티비전을 최초로 선보였다. 오른쪽은 ‘FPR 3D 출시 1주년’ 기념식장 모습.


회사측은 가벼운 안경이 가능한 이유는 FPR 3D 기술이 기존 SG 방식 3D TV와는 달리 안경이 아닌 패널에서 3D를 구현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PR 3D 기술의 핵심은 풀HD 패널에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얇고 투명한 필름을 코팅하는 것이다. 이 투명한 필름은 1080개의 행으로 구분돼 있으며, 짝수 행과 홀 수 행이 각기 다른 화면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3D 안경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각기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단순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을 생각하는 측면에서 FPR 3D가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신호를 주고 받으며 열리고 닫히는 방식으로 3D를 구현하는 셔터 방식과는 달리 FPR 3D는 깜박거림(Flicker)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장시간 시청해도 피로감 유발이 현격히 적다는 게 회사측 설명. 화면 겹침(Crosstalk) 현상도 거의 없어 게임 등에도 적합하다.

특히, 전자파와는 무관한 편광 안경 방식의 FPR 3D TV라는 점은 안경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대한 우려로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 3D TV 구입을 미뤄왔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고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시장점유율 50% 중국 찍고 전세계로~
이 회사 FPD 3D 기술의 전세계 확산은 중국 시장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중국에서 처음 선 보인 이래, 전문 평가기관의 호평과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불과 1년 새 중국 3D TV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AVC(All View Consulting)에 따르면, 중국 3D TV 시장에서 FPR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스카이워스(Skyworth) 등 로컬 TV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한 직후인 지난해 1월 초 4%에 불과했지만, 춘절 기간 FPR 3D 연합전선의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대규모 쇼핑 시즌 등 ‘호기’를 통해 출시 4개월 만에 점유율 50%를 돌파했다.

또한, 로컬 TV 업체들의 3D TV 판매 비중은 지난해 1월초에 28% 정도에 불과했으나, FPR 3D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했던 이상의 호응을 보이자 이들이 셔터 방식 3D TV 판매를 축소하고, FPR 3D TV 판매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회사측은 언급했다.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LCD TV 시장은 연간 3900만대로 전체 시장의 21%를 차지해 세계 1위의 LCD TV 시장으로 등극했으며, 특히 창훙(Changhong), 하이얼(Haier), 하이센스(Hisense), 콘카(Konka), 스카이워스, TCL 등 중국 6대 로컬 업체가 중국 LCD TV 시장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6대 업체는 모두 지난해 FPR 방식 제품을 출시하면서 LG디스플레이와 동맹을 맺은 업체들이다. 회사측은 이들 업체가 FPR 비중을 급격히 늘리고 있어 조만간 중국 시장에서 FPR 방식 3D TV가 대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측은 중국 현지 하이센스 매장 직원의 말을 인용, “FPR 3D와 SG 3D의 판매 체감 비중은 8:2 정도”라며 “춘절 이후 FPR 3D TV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또 창홍 매장 직원 역시 “최근 들어 FPR 3D 인기는 엄청나다”며 “37인치 FPR 3D TV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밝혔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 FPR 3D TV 마케팅에 직접 나선 LG디스플레이 한상범 사장은 지난해 3월 이후 매월 중국을 방문해 FPR 3D TV 판매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한 사장은 ‘FPR 3D’ 출시 1주년 기념행사에서 ▲고해상도, 대형 화면, 디자인 등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 ▲모니터와 노트북 PC 등 IT 제품군의 대중화 ▲FPR 3D 연합 전선과의 공동 프로모션 지역 확대 등 FPR 3D의 더 큰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1주년 기념행사에는 LG전자, 스카이워스, 콘카, 하이센스, 하이얼, 창홍, TCL, AOC, 레노버, 도시바 등의 고객사 및 전자상회, 시상협회 등 관계기관 주요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해 지난 1년의 성과를 축하하며 2012년의 더 큰 도약을 다짐했다.

중국에 이어 올해 작년 대비 47%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일본 3D TV 시장에서도 FPR 3D 돌풍이 예상된다는 것이 디스플레이서치의 전망이다. FPR 3D 진영에 합류한 도시바 외에도 유수의 일본 주요 TV 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로, 폐쇄성이 강한 일본 TV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시장점유율 10위 안에 든 LG전자도 올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러한 여세를 몰아 세트 업체들과 함께 2012년에는 FPR 3D를 시장의 대세로 확고히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에서도 세트 업체들과 공동으로 유통매장, 극장 및 유동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FPR 3D의 장점을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 이벤트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FPR 3D로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 27회 2011 하이비그랑프리(HiViGrandPrix)’에서 한국기업 최초로 기술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5년부터 시작된 ‘하이비그랑프리’는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AV 매체인 HiVi(하이비)가 주최하는 권위 있는 기술 시상식이다.

‘3D TV’ 전쟁 최고의 무기는 ‘안경?’

셔터(SG)방식 안경(사진 앞쪽)과 편광(FPR) 방식 안경(뒤쪽) 사진.

국내 3D 기술 논쟁에서 ‘안경’은 어떠한 위치를 가져갈까? 시청 편의성과 안정성,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조사기관인 TNS와 함께 3D TV 구매고객 88명을 대상으로 3D 안경 보유 개수와 적정한 안경의 개수를 조사한 결과, 3개 이하를 갖고 있다는 고객이 83.3%, 3~5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79.5%로 나타났다.

또한 구매 고객들 중 가장 많은 56.9%가 2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또 가장 많은 37%의 고객이 희망하는 안경 개수를 4개라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3D TV 구매 고객들이 4개 정도의 안경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기본 제공되는 평균 2개 내외의 안경 외 추가 구입에 고객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10만 원대 고가인 셔터 안경 보다 만원 이하 가격에도 살수 있는 편광안경이 소비자 부담은 물론, 3D TV 제조업체의 판매 가격 인상분을 줄여줄 수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한편, ‘2D>3D’ 변환 기능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중립(29%)이거나 필요하다(56%)고 답한 의견이 85%에 달해, 필요 없다(15%)는 답을 크게 앞섰다. 이는 3D TV 시장이 콘텐츠 시장 확대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든 탑’ 세계가 주목

LG디스플레이의 세계 최대 55인치 TV용 OLED 제품이 지난 1월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인 ABC TV와 유력 네트워크인 MS NBC에서 ‘올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돼 방송을 타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으로서 LG디스플레이는 관련 신기술·신제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TE용 AH-IPS(Advanced High Performance In-Plane Switching, 고해상도 광시야각 기술) 패널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 경쟁사와의 공세적인 ‘화질 경쟁’을 통해 큰 효과를 본다는 것이 회사측 판단이다. 이를 스마트북과 TV, 모니터 패널로도 채택을 확대, 본격적인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초고정세 기술로 인한 뛰어난 문자 가독성 ▲높은 투과율을 통한 우수한 소비전력 ▲야외에서 최고의 시인성 ▲원본 이미지 색상의 가장 정확한 표현 등이 AH-IPS의 장점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06년 5월 세계 최초 14.1인치 흑백 플렉서블 전자종이 개발 이후 이듬해 같은 크기의 컬러 플렉서블 전자종이를 개발한 바 있다. 또 2008년에는 기존 컬러 플렉서블 전자종이에 비해 무려 4배 향상된 해상도를 구현하는 세계 최고 해상도(1280 X 800) 14.3인치 컬러 플렉서블 전자종이를 개발, ‘CES 2008’에서 첫 선을 보였다.

아울러 지난 2010년에는 세계 최초로 세계 최대 크기의 19인치 와이드형(25x40cm)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도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관련 1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AMOLED 사업의 경우, 2009년말 세계 최대 크기의 15인치 TV용 AMOLED 양산, 2011년 하반기 30인치급 TV용 OLED를 시범 출시 등으로 대형 AMOLED TV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OLED TV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주력하는 대표 제품으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CES 2012’에서 지난해 12월 개발을 끝낸 55인치 TV용 OLED 패널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미 ABC TV ‘굿모닝 아메리카’에서 ‘2012년 가장 HOT한 제품(The hottest gadget for 2012’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MS NBC ‘뉴스 네이션스’는 “여태까지의 TV 중 최고(Best)”라고 소개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FPD 인터내셔널 2011’에서 투명한 유리처럼 보이지만, 전시된 상품의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춰 제품 전시와 광고를 함께할 수 있는 쇼케이스용 26" 투명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또 같은 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 전시회(IMID 2011)’에서는 세계 최저 소비전력의 47인치 TV용 LCD 패널, 지난해 9월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인텔의 차세대 노트북인 ‘울트라북’의 디스플레이로 소개돼 화제를 모은 노트북용 LCD 기술인 ‘슈리켄(Shuriken)’, 동작인식 기술이 적용된 패널 등 최첨단 디스플레이를 대거 출품,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