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화장품 등 中 소비주 실적개선 기대

유통 등 내수관련주 상승 이어질 것

일각에선 9‧11 때처럼 ‘락다운 이후’가 중요

▲ 지난 4월 26일 스타필드 하남점의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에 ‘보복적 소비’ 관련주(株)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잇달아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보복적 소비란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급증하는 현상으로 일종의 '소비 요요'를 말한다.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진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린 제한 조치들이 서서히 해제되면서 5월 초중 순부터는 경제활동 정상화에 들어간다.

지난 3월 10일 유럽에서 가장 먼저 봉쇄령을 내린 이탈리아는 내달 4일부터 기업·공장 운영을 정상화하는 등 경제 활동 재개를 본격화한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스페인도 지난 13일부터 건설‧제조업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출퇴근을 허용하면서 봉쇄령 완화를 시작했다.

미국은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한다. 미국은 주(州)별로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조지아주는 이미 24일부터 체육관, 네일숍, 미용실, 볼링장 등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텍사스와 테네시 앨라배마 아이다호 미시간 오하이오는 다음달 1일, 알래스카와 아칸소는 다음달 4일, 펜실베이니아와 로드아일랜드는 다음달 8일 경제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발생지인 중국에서 중국의 명품, 화장품, 가구 등에 굳게 닫혔던 지갑이 열리면서 중국 소비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는 5월1일부터 5일까지 노동절 연휴를 맞는 중국에 시장은 주목했다.

증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수혜 기업은 LG생활건강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올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다 한국‧중국의 ‘보복 소비’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주가는 27일 기준 139만5000원으로 종가 기준 이달 들어 24.6%나 올랐다. 이날 코스맥스(4.82%), 한국화장품(3.48%), 토니모리(3.54%) 등의 주가도 움직였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여행, 항공, 면세 관련주는 당분간 좀 더 부침이 있겠지만 화장품 등에서 먼저 선별적으로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중국에 이어 한국의 경제활동이 빠른 속도로 정상화하면서 내수주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서정훈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이연된 소비가 5월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내수주가 코스피 상승을 이끌기 시작했다”며 “정부도 고용과 소비 활성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만큼 내수 분야의 선전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4.93%), 현대백화점(4.59%), GS리테일(16.61%), 롯데쇼핑(14.05%), 이마트(10.14%), BGF(5.27%) 등 유통주들이 일제히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동안 급락했던 CJ CGV(4.98%) 등 영화관도 기지개를 켰다.

야외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증시에 반영됐다. 삼천리자전거(5.06%), 알톤스포츠(8.45%) 등 취미 활동 관련 기업과 태평양물산(9.52%), 한세실업(8.68%), 영원무역(6.72%), LF(6.64%) 등 스포츠 의류 관련 기업까지 ‘보복적 소비’가 가능한 곳은 대부분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주말 집에서 머무르던 소비자들이 외출을 시작하면서 백화점·아울렛이 인파로 붐비는 등 소비가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황금연휴(4월30일~5월5일) 기간 소비 심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출처=삼성증권

일각에서는 일시적으로 소비가 반등해도 그 기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서 보복적 소비가 발생했지만 주가는 수개월 뒤 다시 하락했다는 점을 들면서 보복소비로 인한 모멘텀은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도시가 락다운(Lockdown)을 해제하기 이전엔 증시도 큰 조정이 없겠지만 그 이후가 진짜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조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의 5월 락다운 해제가능성이 현재 글로벌증시가 쥐고 있는 유일한 희망의 열쇠”라며 “락다운 해제 뒤 보복적 소비가 발생한다면 경제지표가 바닥을 통과할 수 있다는 논리를 믿고 있지만 도산, 실업, 연체, 공실과 같은 후행지표들이 락다운 해제 이후에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과거의 선례를 보면 9.11 테러 이후) 보복적 소비에도 실업, 도산, 연체와 같은 후행지표의 악화를 막지 못하면서 주가는 9.11 테러 이후 4개월 간 상승하다가 다시 하락했다”며 “시장은 이미 코로나19의 진정 이후 전세계적인 보복적 소비를 미리 반영하고 있는데, 후행지표의 악화라는 악재 역시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