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항공기(왼쪽)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오른쪽).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 긴급 수혈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지만, 이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책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데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 반등 요소도 미미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항공업계에 총 3조2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우선 산은과 수은이 글로벌 항공업 업황 부진 및 금융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 

앞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설치를 통한 지원 이전에 필요한 긴급 자금소요를 선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월과 3월에는 LCC 대상 3000억원 긴급 금융지원을 비롯해 ▲항공기 정류료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납부유예 ▲운항중단으로 미사용한 운수권·슬롯 회수 전면 유예 등을 골자로 하는 지원책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지원으로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는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쉽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더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놨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결단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다만 지금의 지원 금액으로는 두어달 정도만 버틸 수 있을 뿐”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만 봐도 하반기에 갚아야 할 채무만 3조가 넘고 6개월간 드는 고정비도 2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끈 항공업계는 추진 중인 자구안과 매각작업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약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작업이 얼마나 순조롭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유동성 위기 해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일각에서는 기내식·마일리지·정비사업 등 돈 되는 사업부 매각설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HDC현산은 당초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등에 급한 불을 끄면서 인수 불확실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LCC의 상황은 안갯속이다. 산은과 수은이 LCC 업계에는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탓이다. 올 2월 발표한 3000억원가량의 유동성 지원 방안이 전부다. 그나마도 두 달 넘게 지난 현재까지 집행 금액은 약 1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자구책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그나마 제주항공의 경우 정부로부터 1500~20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는데다 단 6주 만에 이스타항공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면서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게 돼 상황이 좀 나은 처지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코로나19의 종식이 가장 관건이다. 다만, 소폭 기대 요소들도 존재한다. 

우선, 다음달부터 국내·국제선 전 노선의 유류할증료가 0원이 될 것으로 전망돼 얼어붙었던 국내선 수요가 소폭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선 유류할증료가 0원인 것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가 사상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유류할증료가 낮아지면 항공 여객의 부담이 낮아져 여행 수요가 늘고 항공사 매출액에도 긍정적이다.

길어지는 코로나19로 회복 추세인 국내선 수요도 호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해외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가운데 국내선 여행 수요가 국내여행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부처님오신날(4월30일)부터 어린이날(5월5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18만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1만원대까지 떨어졌던 김포~제주 항공권 가격(편도 기준)도 연휴 첫날 기준 10만원대로 치솟았다. 제주 뿐 아니라 속초 등 유명 관광지 숙박업소 예약률도 모처럼 70~90% 수준까지 회복했다. 

지난 2월 25일 국제선 운항이 전면 중단했던 청주공항도 코로나19사태 이전으로 운항 횟수를 회복중이다.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에 따르면 청주공항 국내선은 하루 32~46평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앞다퉈 국내선 재개 및 신규 취항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하루 10회(왕복 기준)로 줄였던 김포~제주 노선의 운항을 이달 둘째 주부터 하루 18회로 늘렸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지난 15일부터 국내선 김포~제주 노선을 왕복 기준 주당 187회로 늘려 정상 운항하고 있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제선 대다수가 막힌 상황이어서 유류할증료 인하로 인한 여객수요와 매출 회복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또한 국제선이 여전히 꽉 막힌 상태에서 국내에 집중된 단발성 증편은 오히려 치킨게임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 우려를 표했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지원책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FSC에 대한 지원 규모가 코로나19를 극복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상반기 넘길 정도의 급한 불을 끄는 수준으로 보여져 추가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LCC의 경우 현재 정부가 지난 2월 지원하겠다고 한 3000억원 가운데 1300억원 밖에 지원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위기 재난적 상황에서는 심사 과정 등을 유연하게 하고, 시급하게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