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식자재 유통업계에 불어 닥친 위기가 기업들의 영업과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택근무 체제와 온라인 개학으로 라면과 HMR(가정간편식) 등의 수요는 증가했지만 식자재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자재 유통기업인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의 1분기 잠정실적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해 최대 실적을 낸 CJ프레시웨이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5.5% 하락한 7065억원, 영업손실은 66억원의 적자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외식이나 급식 등 외부활동과 관련된 업종 특성상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타격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CJ프레시웨이의 2분기는 1분기보단 일부 개선될 전망으로 아직까지는 전년동기 대비 이익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 다만 코로나 여파 이후 관련 산업이 개선된다면 음식료 업종 내에서 CJ프레시웨이가 가장 회복이 빠를 것으로 보인다. 식자재 유통 1위 업체로서 환경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대형업체 수주와 제조 인프라 확대를 통해 경쟁사 대비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도 1분기 실적 부진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신세계푸드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7.5% 하락한 2929억원, 영업손실은 38억원을 기록해 CJ프레시웨이에 이어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단체급식 사업장들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어렵고, 외식 인구 감소로 직영매장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내식 수요의 증가로 다만 HMR 제품군 판매는 20% 이상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에 집중하기 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최저임금과 주52시간 적용으로 인력충원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자동화 설비 확대로 고정비가 낮은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764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0.4%, 20.3% 감소한 실적을 낼 전망이다. 우선 급식 매출액은 재택근무 확산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 가동률이 하락해 전년대비 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외식 매출은 급식에 비해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식자재 3사의 1분기 잠정 실적. 자료=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전문가들은 식자재 유통 시장이 분기별로는 1분기를 바닥으로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의 실적 부진은 피할 수 없을 뿐더러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외식 수요회복은 당분간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식자재 업체들도 현재의 상황에 발맞춰 HMR 사업을 확장하거나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면서 불황 탈피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대기업 집단 계열 식자재 유통기업이 시장 재편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한층 높다는 평가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식자재 시장이 일시적으로 축소되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중소형업체들의 점유율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시장 재편에 따른 중소업체들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대기업 위주의 점유율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