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노코멘트는 자사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의 코멘트’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열심히 커뮤니케이션 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경우에도 침묵은 절대 금물이라는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실제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 없거나 적절치 않은 경우도 있어서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현장에서 중요하게 다루어 지는 실무적 주제를 잘 언급해 주셨습니다. 일단 노코멘트에 대한 의미를 들어 주셨는데, 그 설명에는 배경이 생략되어 있어 그에 대한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노코멘트를 곧, 책임을 인정하는 ‘코멘트’로 해석한다는 것은 미디어트레이닝에서 강조되는 원칙 중 하나 입니다. 즉, 기자들이 상당한 사실관계 취재를 해서 그를 기반으로 기업의 책임이나 과실 문제를 기업에게 추궁하는 경우 적용될 수 있는 답변 원칙입니다.

그런 경우 기자들이 제시하는 모든 취재된 팩트에 대하여 ‘노코멘트 하겠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기업의 대응은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무조건 잡아 떼거나,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선언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 가능한 노코멘트는 제한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대신 제시된 팩트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그에 기반한 책임이나 과실 부분이 있다면 신중하게 사과, 개선, 배상 또는 문제해결 방안 등의 입장을 간단하게라도 피력하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권장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내용 후반부의 침묵은 단편적 노코멘트와는 좀 다른 의미입니다. 침묵은 현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전략적 기조와 가깝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단 침묵 전략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직접적인 위기관리 주체인가? 우리가 현 시점에서 꼭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우리가 얻을 것(일종의 긍정적 이익)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정확한 답을 먼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현 위기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이더라도, 자사가 직접적인 위기관리 주체가 아니고, 현 시점은 커뮤니케이션 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더라도 자사가 얻을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면 ‘침묵’하는 것이 좀 더 전략적일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 한 ’(책임감을 강조하는) 코멘트’의 경우도 이런 세가지 질문을 거쳐 최후에 결정된 것일 수 있습니다. 자사가 위기관리의 중요한 주체이고, 현 시점에 어떠한 커뮤니케이션이라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회사가 보다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비춰지는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지요.

분명하게 ‘침묵’은 훌륭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전략을 결정하기 위해 중요한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이 제대로 구해 보았는가, 그 절차를 정확하게 밟았는가에서 해당 전략의 성패는 크게 갈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히 경계해야 하는 ‘침묵’은 두렵고 무력해서, 상황 파악이 잘 안돼서, 아무 의사결정이 없어서, 몰라서, 일단 모면해 보기 위해, 본능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회피하는 모습입니다. 마치 모래 속에 얼굴을 파 묻고 서 있는 타조의 회피 본능 같은 것이 비전략적 침묵입니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침묵이 아닌 전략적 침묵은 하나의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