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매일이 이어지고 있다.

끝이 언제일지 예측도 불가한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매일 매일 눈물도 흘렸고, 감동도 받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하지만 그 중의 압권은 한일의 온라인 수업 모습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개학을 미룰 수 없는 초중고의 개학을 온라인으로 대체한 한국과 일본의 비교 장면이다. 언론에 소개된 일본 교실 모습이 가짜 뉴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으나, 사진 하단에 이달 13일 개학한 한 초등학교의 개학식 장면을 현지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것을 캡쳐한 것이라 하니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비웃거나 비판을 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가는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것이 과제인데, 하명과 하달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머리는 날아가 버리고 ‘온라인 수업’이라는 몸뚱이만 남게 된 상황이다. 교육부장관에서부터 교육부, 지자체 및 각 학교 그리고 각 학급에 시행방법이 전달되는 동안 아무도 생각이라는 것을 한 사람은 과연 없다는 말인가 하는 데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매일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으며 끙끙대다가 전화나 카톡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초등학생인 막내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갸우뚱할 뿐이었다. ‘이게 온라인 수업 이라구요?’라는 반문이 뒤따랐다. 그리고선 ‘지금 코로나 때문에 위험해서 모이지 말라는 것인데, 이게 진짜예요?’라는 물음도 함께였다. 초등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것들이 계획 단계에서부터 시행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에게 얼마의 용돈을 줘야 환심을 살 수 있을까?

다른 장면 한 가지, 정치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총선에 대한 의혹 상황이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얘기인데, "왜 사전투표를 두 번 하셨어요?"라는 물음을 받았단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따지 듯 물었다고 한다. "예? 두 번요? 무슨 말씀인지?”라며 되물어 보니, "이틀에 걸쳐 했잖아요. 두 번." 그래서 그 아주머니를 비롯한 어떤 사람들은 사전 투표를 두 번씩이나 한 이상한 투표라고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이유가 지금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투표 음모론’ 또는 ‘사전투표 조작설’의 전부는 아니다. 예상치 못한 폭망 수준의 선거 결과를 두고 뭐라도 해볼 요량인 듯 한데, 음모 또는 조작의 근거로 삼은 것이 ‘사전투표 기간이 이틀이라서 두 번씩이나 투표했다’는 주장을 고집하는 것은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다.

사전에서 ‘사전투표’를 찾아보면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별도의 부재자신고 없이 선거일 전 5일부터 2일간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고 나와있다. 이미 2013년 1월 1일부터 모든 공직선거에 통합선거인명부를 이용한 사전투표가 도입되었다. 그 해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처음 실시됐으며,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전국단위의 선거로 정착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틀을 했으니 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웃프다.

또 하나의 웃픈 현실이 있다. 빌 게이츠가 우리나라의 방역에 대해 연일 칭찬을 해댔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롤 모델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을 설파했는데, 이를 두고도 일각에서는 웃지 못할 의혹을 제기했다. 빌 게이츠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에게 뒷돈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 부자 순위 1위에서 밀려서 작년 기준으로는 세계 3위 정도로 가난해졌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빌 게이츠에게 용돈을 좀 줘서 칭찬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많이 뒤져볼 필요도 없이 이름만 검색창에 입력해도 그의 재산 규모는 쉽게 파악을 할 수 있다. 총 재산 규모가 127조원이다. 그가 돈을 버는 속도는 1초에 140달러 수준이라 한다. 그래서 빌 게이츠가 길을 가다가 땅바닥에 떨어진 100달러 지폐를 줍는 데 2-3초가 걸린다면, 빌 게이츠는 100달러를 줍기 위해 280달러에서 420달러를 허비한 셈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 대체 얼마를 주면 환심을 살 수 있을까? 세계 1위의 부자에서 3위로 가난해졌기에 빌 게이츠는 얼마를 더 원할까?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아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진심 웃프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참 많다. 어둠이 무서워서 해가 지고 난 뒤에는 마당 건너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 했고, 밤에 나오는 귀신이 무서워서 지금까지 한번도 전설의 고향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지금도 겁이 많아서 야간 산행은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무서워진 것이 또 있다. 아니 귀신이나 어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더 무서워진 것이 있다. 무지한 자의 신념이다.

 

일일 확진자 열명 수준! 코로나 걸리기는 하늘의 별따기??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아요!’ 최근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열명 안팎이 되니 사람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5천2백만 명인데 그 중에서 열명 남짓 정도가 걸리는 정도니까 오백이십만 분의 일 즉 0.00002 퍼센트 정도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약 팔백만 분의 일이고, 벼락 맞을 확률이 약 육백만 분의 1이니, 오백만 분의 일은 대충 벼락 맞을 확률 보다 살짝 높기는 하지만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설치고 다녀도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일까?

매일 같이 질본에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안정세에 들어갔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긴장을 풀어버린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직 그러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범적이고 이를 두고 세계 유수의 외신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코로나 걸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농담 같은 말이 돌아다닌다. ‘벼락 맞을 확률 보다 낮은 코로나 발병률’을 믿고 설치고 다녀도 된다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진정세를 보이던 싱가포르가 다시금 매일 천여 명씩의 확진자를 기록하며, 어느새 만 명을 넘어 일만하고도 천백 명을 넘어섰다. 지금 싱가포르의 방역 담당자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속이 얼마나 타 들어갈지 들여다 보지 않아도 훤히 보인다. 코로나 확진자들이 어느 정도 잦아들자 안전할 것으로 생각하고 학교 개학을 한 것이 화근이 되어서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인구 오천이백만 명중에서 일만 명 정도가 걸린 것에 비하면, 싱가포르는 인구수가 우리나라의 십 분의 일인 오백만 명 수준이다. 그런데 확진자 수가 그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섣불리 안전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직장 생활이 어느덧 삼십 년을 바라보게 되었지만, 그간 웃픈 일은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전선업종에서 근무하던 때인데, 대기업이었다. 그런데 구리로 전선이나 케이블을 만들어 판다는 것이 대규모의 고정자금이 들어가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수익성은 낮다. 그것도 아주 낮다. 그래도 수십 년간 국내 1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착실하게 수출에 힘쓴 결과 사내에 쌓여있던 돈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어쩌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 사업의 후순위로 투자했던 2백억원이 일년도 되지 않아서 6백억원으로 되돌아 왔다. 사내에서 이상 기류가 형성되었다.

마진율이 2-3퍼센트 수준이던 본업보다 잘만 하면 두 배 세 배 수익이 나는 투자사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천억 원을 본업에 투자하면 일년 열두 달 동안 임직원들이 피땀 흘려가며 제조하고 팔아봐야 이삼십억 원 남는데, 잘만 투자 하면 천억 원이 이천억 원이 되고 삼천억 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다 보니 ‘본업인 제조설비에 투자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기류가 형성되었다. 결국 치고 올라오던 2위 기업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고 그 격차는 벌어지기만 했다. 그런데 그 뒤로 세계 경제가 위축이 되면서 다시는 그런 운 좋은 투자 건은 없었고, 투자하는 족족 대규모 손실만 초래했다.

 

정신 나간 토끼, 생각보다 많지 않아

일단 그렇게 회사가 힘들어 지고 나니 전사적인 비용 줄이기 운동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소위 마른 수건도 쥐어 짜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졌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영업 비용도 대폭 축소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판로를 개척하고 바이어를 만나야 판매로 이어질 것인데, 영업 담당자들이 출장도 갈 수 없었고, 접대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 해에는 비용이 줄어들어 당장엔 효과가 좀 보이는 듯도 했지만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사무실에 묶여서 메일이나 보내고 전화통만 붙들고 하는 영업에 매달린 결과 그 이듬해 그리고 다음해 매출은 뚝뚝 떨어지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업을 하지 않는 회사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일도 있다. 자동차부품에서부터 바이오 제재에 이르기까지 많고 많은 제품들을 공급하던 전 직장에서였는데, 어쩌다 복잡한 내용이 잔뜩 들어있던 홈페이지를 보고 제품을 사고 싶다고 고객이 먼저 연락을 해 온 적이 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고객이 스스로 힘들게 인터넷을 뒤져서 주문을 해온 것이다. 그 동안은 영업맨들이 힘들게 발품 팔고 입 아프게 설명해도 팔릴까 말까였는데, 가만히 있는데 고객이 알아서 찾아와준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이게 된 경영진이 그 뒤로는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돈 써가면서 돌아다니는 것보다 홈페이지나 인터넷에 올리면 되지 하면서 영업맨들을 구박했다. 그 뒤로 영업맨들은 고객을 만나러 다닐 생각은 접고 인터넷에만 매달렸다. 결과는 대박이었을까?

어느 봄날 농부가 밭을 갈러 나갔는데,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맹렬하게 뛰어 오더니 나무 그루터기를 들이박고 뻗었다. 이게 웬 떡이냐 했다. 다음날부터 밭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루터기만 쳐다 봤다. 또 어느 날 어부가 그물을 들고 바다로 나가다가 바닷가에 새가 조개를 먹으려다 조개가 껍질을 닫아 버리는 바람에 부리가 끼어서 어쩌지 못하는 걸 보고는 냅다 다 주워왔다. 그리고 다음날부턴 고기 잡을 생각은 않고 또 새와 조개를 줍기 위해 바닷가만 맴돌았다. 어찌됐을까? 제품이나 상품 만들어서 팔 생각은 않고,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곳이 의외로 많다. 물론 IT시대엔 병행해야 할 방법은 맞다. 하지만 정신 나간 토끼, 새와 조개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초딩 수준만 지나도 다 알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