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명이 인도 대도시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에 모인 사진을 보면서 등골이 오싹했다. 집단으로 모여 집으로 보내달라는 아우성이 사진에서도 느껴졌다. 지난 3월 중순 인도가 전국 봉쇄령(Lock Down)을 선언하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도시 이주노동자들이 생계가 막막해진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가겠다고 한꺼번에 나서면서 빚어진 돌발상황이다.

이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 절실한 생존을 위한 ‘식량’이었다. 이에 중앙정부와 주 정부는 식량배급 프로그램을 풀가동시키면서 많은 인구가 귀향하는 과정에서 전염병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였다.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인도이지만 식량 면에서는 오래 전부터 ‘공공유통(Public Distribution)’ 복지 시스템으로 최소 수준을 제공하였다. 빈곤계층 대상 무료배급을 통하여 기초생활을 유지토록 한 것이고 여기에 저소득층은 비정규 노동소득을 더하여 도시생활을 꾸려왔던 것인데 팬데믹 봉쇄로 인하여 노동소득이 상실되면서 먹을 것 있는 ‘고향으로 가자’라고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14억 인구 대국 인도를 유지하기에 식량 확보는 기본이 아닐 수 없다. 이 까닭에 팬데믹이 확산되자 경작면적 기준 세계 2위 농업국인 인도도 쌀 수출 일부 금지 조치를 취했다. 팬데믹 과정, 팬데믹 이후의 경제회복 과정에서도 곡물이 경제 안정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도 GDP에서 농업 비중은 17%정도로 적지 않고 직간접으로 인구 절반 이상이 농업에 연계되어 있는 지경에서 국민소득 향상을 위해서도 농업성장은 매우 중요시 된다. 정권의 연장도 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디(Modi) 정부가 농가소득 2배성장을 선거공약으로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팬데믹은 언제든 재난으로 재연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의 식량확보 중요성과 경제성장의 기본동력으로서 농업 역할에 대한 재인식이 인도가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인도 농업 부문에서 대외개방정책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네덜란드의 31%, 한국의 40%에 미칠 정도로 낙후된 인도농업을 개선시키는 데에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 한국산 농자재를 이용하여 경작하고 있는 필자의 인도 시범농장 모습. 출처=김응기

농업개방은 단순하게 영농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FDI(외국인직접투자)를 보면, 대규모 농장경작과 물류 그리고 가공까지 개방되는 직접 사업진출, 종자와 농기자재 수출 등의 간접사업 진출 등이 해외에 열려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서는 정부주도 진출노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도에는 관심이 덜하다는 것이 안타깝다. 원조 외교라는 면에서 정부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해외시장진출이란 면에서 인도가 도외시 되는 지금의 정책은 적절하지 않다. 정책이 앞장서고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시장 획득은 물론 식량안보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인도농업시장의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