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Affectionate Things 200606, Korean Paper & Oil Painting on Canvas, 30×100㎝, 2006(중간)Affectionate Things 200607 (오른쪽)Affectionate Things 200608

박동윤 작가는 이러한 목록을 마음에 품고 이에 상용한 품목들을 역사물에서 찾고자 했고, 그럼으로써 화살과 과녁이 있는 나무판, 아니면 항아리와 한자와 과일을 등장시킬 수 있었으며, 근자에는 한지와 삶의 이미지들을 부가하려는 충동을 갖게 되었다.

작가는 물질과 시간, 그리고 기억에는 삶의 여정을 견인해 주는, 이를테면 ‘수레바퀴’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의 <노트>에는 이러한 구절이 엿보인다. <경험하고 또 기억하는 삶의 수레바퀴는 코끝에 스치는 한 자락의 냄새에서 조차도 수없이 많은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어디서 이 냄새를 맡았을까 하고.)

그의 근작들은 소위 그가 애정의 시선을 이입했던 항아리 같은 둥근 곡선은 물론 나무판의 격자들을 동어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가 하면, 흔히는 보자기와 산, 아니면 만다라와 당초문의 패턴이 적색, 회색, 어두운 갈색, 고동색을 대동하고 한지의 여운을 머금은 모습을 부각시킨다. 마치 달무리에 가린 달의 모습처럼 운율과 반복의 세계를 표출시킨다. 이것들의 표정은 ‘삶의 수레바퀴’의 상징물이자 기표로서의 자질을 갖는다.

▲ Affectionate Things 200604, Korean Paper & Oil Painting on Canvas, 72.5×91㎝

근작들의 기표들은 모두가 초기시절에 품었던 온갖 그리움의 목록들, 특히 ‘어린왕자’에서 볼 수 있는 티 없는 고고함과 초월의 여운에 연기해서만 의미를 갖고 생명을 부여받는다. 그것들은 차례로, 이를테면 어린 왕자의 대리물인, 애정이 깃들어 있는 항아리, 보자기, 당초문, 만다라와 같은 많은 역사적 사물들에 연기(緣起)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에 의하면, 근작들은 작가 자신의 개인사와 우리 민족사에 면면히 흐르는 시간의식을 불러온다. 그 가운데서 몇 가지 애정 어린 사물들을 골라내어 역사의 시간 속에 귀속시킬 뿐만 아니라, 이것들을 다시금 자신의 현재의 삶의 시간 속에 부각시키고자 한다.

물질과 시간, 그리고 기억이 그의(한지작가 박동윤,한지화가 박동윤,ARTIST PARK DONG YOON,한지부조 박동윤,Korean paper PARK DONG YOON,Hanji Painter PARK DONG YOON,박동윤 교수,朴東潤) 작품세계를 일구어 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점에서라 할 수 있다.

△김복영 미술평론가, 홍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