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 <배도수 바위에 새겨지다, 240×86×220㎝, 혼합재료>작품 앞에서 김경원 작가

설화문화학의 측면에서 볼 때, 배상삼 전설은 100년 전의 역사에 대한 혹은 지난 100여년 간의 울릉도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정치담론이자 생존담론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울릉도에서 배상삼 전설은 집단기억의 역사로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특정한 함의를 갖는다. 그것은 공식적 차원의 ‘역사’에 대한 저항감을 나타낸다. 역사가 권력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데올로기라면 기억은 억압되고 잊혀진 진실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기억의 의미론은 다소 일방적인 면은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다종의 국가 폭력으로 그늘진 과거가 너무 오래도록 은폐되거나 왜곡되어왔던 만큼, 이제라도 강고한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철폐하고 진실의 세계에 다가서는 것은 정당한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전진성, 역사가 기억을 말하다, 휴머니스트, 2005, 15쪽>”》

《‘역사’는 역사가의 권위에 힘입어 ‘사실’로서의 지위를 요구하지만, 그것은 역사가가 재구성한 ‘픽션’에 불과하다. 특히 최초의 증인들이 보기에, 또는 ‘공식’역사와는 다른 입장을 가진 역사가들이 보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른’ 역사를 쓸 필요가 생겨나고, 여기에서 ‘기억’의 가치가 새로워지는 것이다. 역사와 기억의 간격이 벌어질수록 역사에서 기억으로의 회귀가 절실해진다. 역사에 대한 불신이 심해질수록 본래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되었는지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노라가 “역사에서 기억으로의 인식 변화”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하는 것이다.<김응종, 피에로 노라의 ‘기억의 장소’에 나타난 ‘기억’의 개념, 프랑스사 연구24, 한국프랑스사학회, 2011, 116쪽>》

울릉도 배상삼 전설은 집단적 기억의 매체로서 전설로 전승되어 오다가 100여년이 지난 뒤 문헌기록으로 남게 되면서 역사의 지위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역사로서 기록된 풍부한 내용에 비해 현재 전승되고 있는 배상삼 전설은 상당부분 파편화되어 있고 기억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배상삼 전설의 편린들은 120년 전 울릉도의 상황과 울릉도 개척민들이 꿈꾸던 이상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부끄러운 과거로서 배상삼 살해사건에 대한 풀이이자 상생의 기제로 전승되면서 미래의 화해와 공존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라 하겠다.

△자료출처=민속신앙 및 설화문화로 본 울릉도 독도 연구, 경상북도 한국국학진흥원, 2016. 12 △전시=한국의 진경 독도와 울릉도(REAL LANDSCAPE OF KOREA DOKDO & ULLEUNGDO)’단체전, 2017년 11월29~12월17일,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자료제공=김경원 작가(SCULPTOR KIM GYUNG WON, ARTIST KIM GYUNG WON,김경원 작가, 조각가 김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