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부쩍 많이 등장한 로봇은 단기적으로는 직원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선반에 상품을 채우거나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일을 도맡으며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출처= TechCrun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역 식품점들과 대형 체인점들이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 바닥 청소, 선반 정리, 식료품 배달에 로봇을 배치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서 생필품을 사기 위한 고객들의 매장 방문과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자 식품점들이 매장 근로자의 부족을 메우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로봇과 AI가 비용을 절감하고 매장 운영을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믿게 되었다.

소매업 및 식품점 컨설팅 회사 브릭 미츠클릭(Brick Meets Click)의 공동 설립자 빌 비숍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특히 오늘날처럼 경색된 노동시장에서 사람을 쓰는 것보다 자동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업계가 이러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 위기로 인해 식품점 매장에서의 로봇 사용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산한다.

소매업분석협의회(Retail Analytics Council) 소장을 맡고 있는 스티븐 키스 플랫 노스웨스턴대 학교 교수는 "현재의 코로나 위기를 맞아 소매업에서 로봇의 채택이 가속화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직원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단 매장에 들어온 로봇들은 장기적으로, 선반에 상품을 채우거나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일을 도맡게 될 것입니다.”

식품점들이 로봇을 이용하는 방식

워싱턴 DC에 있는 식품점 브로드 브랜치 마켓(Broad Branch Market)은 무게 44파운드(20kg)에 6개의 바퀴가 달린 자율주행 로봇에 센서와 AI를 탑재해 지역 고객들을 위한 배달 업무를 맡기고 있다. 이 식품점은 코로나 유행기간 동안 매장은 폐쇄하고 배달과 픽업 주문만 운영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전환했다.

브로드 브랜치 마켓의 공동 소유주 트레이시 스타나드는 "이 로봇을 운영한 지 1주일 조금 넘었는데 고객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바닥청소 로봇을 식품점에 공급하는 브레인社(Brain Corp.)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식품점들의 로봇 사용량이 1년 전에 비해 13% 증가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에 문을 여는 식품점들도 영업 시간을 단축하고 사람 대신 로봇에게 밤 시간 동안 매장을 청소시킨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이자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는 연말까지 4700여 개 미국 매장 중 1860여 곳에 브레인의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연말까지 1000여 곳의 매장에 선반의 재고를 관리하는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며, 1700여곳의 매장에 배달 트럭에서 하역된 상품 박스를 자동으로 스캔해 각 부서별로 분류하고 컨베이어 벨트로 실어 보내는 로봇을 배치할 계획이다.

월마트 대변인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매장에 로봇을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똑똑한 도우미들이 그 동안 인간 직원들이 매장에서 하던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수동적인’ 작업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인간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거나 다른 고객 서비스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메릴랜드주에서 몇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슈넉스 마켓(Schnucks Markets)도 자율주행 로봇 탈리(Tally)를 배치했다. 탈리는 매장 복도를 돌아다니며 선반을 스캔해 제품이 품절되거나 잘못 표시된 라벨이 있으면 이를 직원들에게 알려준다.

이 로봇을 개발한 심비 로보틱스(Simbe Robotics)의 브래드 보골리아 CEO는 "이번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대규모 수요 급증은 대부분의 소매업체의 재고 준비에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탈리는 어느 물건이 많이 팔렸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줌으로써 작업자들이 선반에 물건을 바로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매장 통로에서 인간 직원을 없앤다

식품점들은 이제 고객의 온라인 식료품 주문을 선반에서 픽업하는 일에도 로봇을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간 직원이 직접 매장 선반에서 물건을 픽업해 가방에 담은 다음 이를 메고 직접 배달해야 했다. 이 방식은 비용도 많이 들 뿐아니라 물건을 픽업하는 직원들로 인해 고객들이 매장 통로에서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미국 전역에 226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앨버트슨(Albertsons), 4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슈퍼마켓 스톱앤샵(Stop & Shop) 같은 식품점들도 매장 한 쪽에 픽업과 배달을 전담하는 소규모의 자동화된 ‘마이크로 고객센터’를 테스트하고 있다. 앨버트슨은 두 곳의 매장에서, 고객의 주문을 준비하는 로봇을 운용하고 있는데, 선반에서 물건을 픽업하는 작업이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

기업에는 좋지만 근로자에게는 나쁜 소식?

이런 미니 고객센터를 만드는 기업 중 하나인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Takeoff Technologies)는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주문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의 호세 아구에르베르 CEO는 "로봇은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픽업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도 매우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자동화로 늘 걱정되는 것은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는 1500만 명이 넘는 소매업 종사자들이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계산원, 점원 등 숙련도가 낮아 기술 발전에 취약한 직업들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유통업계의 엷은 마진으로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됐다.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불황은 노동을 대체하는 자동화의 급증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경제 충격의 시기에 기업 수익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싸지는 상황에서 자동화가 폭발적으로 집중돼 발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