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fectionate Things 200504, Korean Paper & Oil Painting on Canvas, 53×72.5㎝, 2005

이즈음에야 우리는 작가가 의도하는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헤아릴 을 것 같다. ‘애정이 깃들어 있는 것들’이라는 영어 명제가 여기서 특별히 관심을 자극한다. 이 명제는, 그의 <작업노트>를 빌리자면, 그 자신의 표제의식으로서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대안일뿐만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함의하는 면면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의 <노트>는 이점에 서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전해준다.

『①=대학 시절 무엇을 그려야 할지에 대해 한참 고민한 적이 있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는 흑연가루를 문질러서 캔버스에 칠하고 철관을 접합시키는 작업을 했다. 물질성에 무척 매료되었던 시절이었다. 그 후 판화를 시작할 무렵, 나무판 위에 떠있는 화살을 다루다가 화살의 강한 상징성은 물론, 과거로부터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시공간을 연결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요즘 하고 있는 작품들은 자기류와 한문자가 등장하는 표현성이 진한 작품들이다. 나에게는 퍽 애정이 깃든 것들이다. 이것들은 표현 방법을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는 이미지를 고무시키므로써 회화에로의 접근을 가능케 해 준다.

②=오래전에 읽어서인지 기억이 별로 없지만, 공통된 여운으로 남아 있는 게 있다. 그러한 여운의 하나는 자기중심이 서 있고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 주는 특별한 고고함이다. 고고함은 티없 이 맑은 자아의 존재표현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여운의 하나는 울트라마린을 배경으로 비상하는, 천진한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의 모습 같은, 이를테면, 오염된 인간과 자연으로부터 비상탈출 하는 듯한 청결하고 상쾌하게 느껴지는 묘한 깨끗함이다.』

▲ Affectionate Things 200411, Oil Painting & Korean Paper on Canvas, 80×40㎝, 2004

필자가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위의 두 자료는 1999년 개인전의 카타로그에서 일부 번안한 것이지만, 그 대의만은 십 수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 아닐까 싶다. 먼저의 경우는, 그가 어떻게 물질성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애정이 깃들어 있는, 우리의 가슴과 이미지에 관련을 둔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말해준다.

이에 반해, 후자의 경우는 그가(한지작가 박동윤,한지화가 박동윤,ARTIST PARK DONG YOON,한지부조 박동윤,Korean paper PARK DONG YOON,Hanji Painter PARK DONG YOON,박동윤 교수,朴東潤) 평소에 추구하는 미적 가치의 측면에 관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여운과 고고함이 그러하고, 나아가 투명한 자아에 대한 그리움이 그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울트라마린 같은 어두운 세속으로부터의 초월과 비상에 대한 그리움이다.

△김복영 미술평론가, 홍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