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면서 수프, 마요네즈, 라면 같은 홈 쿡킹 제품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출처= Marix Medi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 대유행으로 재택 격리가 길어지면서 코로나가 사람들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가 유행한 이후 소비자 제품 회사들의 판매 추세를 보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요리와 청소를 많이 하고 몸단장과 화장은 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 중 어떤 행동이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사라질 것인가를 추정하는 것이다.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P&G는 “사람들이 옷을 한 번 입고 빨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미국인들이 매주 하는 세탁물의 양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스폰지나 헝겊 행주 보다는 종이 타월이나 물티슈 같은 일회용 세척 용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P&G의 존 R. 모엘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쇼핑객들의 건강, 위생, 청소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 더 많이 식사하고, 이에 따라 집에서 청소도 더 자주하게 되는 등, 집안 생활과 관련된 소비가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브(Dove) 비누로 잘 알려진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Unilever)의 앨런 조프 최고경영자(CEO)도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손 소독하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정에 있는 사물의 표면 위생에 대해 계속 많은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아마도 위생과 관련된 소비는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니레버는 23일, 회사의 1분기 판매 데이터에 근거해,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 소비자들이 집 안에 오래 머물면서 소비에 어떤 영향이 미치고 있는지 대략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임 피케틀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람들이 샴푸나 탈취제 같은 개인 관리(personal care) 제품을 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카테고리 제품의 판매가 11% 줄었다).

화장품 대기업 로레알(L’Oréal)은 지난 주, 소비자들이 집에 머물면서 피부관리와 미용제품에 대한 소비를 줄임에 따라 1분기 글로벌 화장품 시장이 8% 위축됐다고 말했다.

반면, 사람들은 집에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요리를 하고 있다. 크노르(Knorr) 수프 큐브, 헬만(Hellmann)의 마요네즈, 팟누들(Pot Noodle)의 라면 같은 제품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유니레버의 조프 CEO는 "처음에는 가정 요리 제품들의 긍정적인 영향을 과소평가했지만, 식품 매장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수 년간 판매에 큰 변화가 없었던 이 제품들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한 제품으로 단연 화장지를 빼놓을 수 없다. 위생 제지제품 회사 킴벌리클라크(Kimberly Clark)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화장지보다 더 부드럽고 두꺼운 가정용 화장지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생산 시설을 개조했다.

▲ 반면 몸단장과 화장은 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개인관리용품의 수요는 크게 줄었다.     출처= Healthline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한 가지 변화는 온라인 쇼핑으로의 이동이다. 유니레버 매출에서 약 6~7%를 차지했던 온라인 판매는 1분기에 36%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니레버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이른바 B2C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조프 CEO는 "아마도 지금 이 시점이 회사의 온라인 식료품 쇼핑 사업의 변곡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할인점 타깃(Target)도 각 주들의 봉쇄령에 따라 매장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타깃은 식품, 생활용품, 사무용품, 조리용품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의류와 액세서리 판매는 감소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CEO는 “쇼핑객들이 최근 몇 주 동안 가족과 함께 집에서 머물며 갖게 된 쇼핑 습관이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장을 온라인 배송 및 픽업 허브로 사용하는 고객들의 쇼핑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미노피자(Domino's Pizza)는 23일, 소비자들이 집에서 피자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최근 미국 매출이 증가했다며, 코로나 기간 중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나라에서 식당들이 문을 닫으면서 식당을 대상으로 식자재를 판매하던 회사들은 이번에 큰 타격을 입은 데다 회복도 매우 더딜 것이라고 예상한다.

유니레버의 피케틀리 CFO는 "중국의 경우, 코로나로 문을 닫았던 식당의 70%가 문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어 매출은 코로나 이전의 50~70%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어떤 형태든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될 것이므로 식당의 매출은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변화는 공원, 해변 그리고 식료품점이외의 장소에서의 판매되었던 아이스크림과 생수 판매의 감소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음식을 주문하거나 테이크아웃할 때 아이스크림과 생수를 함께 주문할 수 있도록 음식 배달 회사들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24억 유로(16조 5000억원)로 지난 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생활용품 회사이면서도 세탁세제, 화장지 등 생필품 수요 증가로 중국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6% 성장한 P&G와 대조를 이룬다.

코로나 기간 동안 회사가 무엇을 어디에서 팔았는가를 보면 소비자의 패턴 변화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니레버는 식품을 팔지만 P&G는 식품은 팔지 않는다. 유니레버 매출은 신흥국 비중이 높은데 이번 코로나 기간 동안 신흥국에서는 선진국들처럼 사재기가 일어나지 않았다. 유니레버는 사재기 덕분에 북미 지역 판매가 4.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조프 CE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직 뉴노멀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기업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끝난 후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온갖 지혜와 통찰력을 동원해 보잘것없는 파이라도 먹으러 달려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