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농가들 사이에 이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출처= Summariz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애리조나주 피오리아(Peoria)에서 맥클렌든스 셀렉트(McClendon's Select)라는 가족 농장을 운영하는 케이트 맥클렌든에게 3월은 연중 가장 바쁜 달 중 하나다. 90여 곳의 식당에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공급하는 그의 농장에 매년 이맘 때쯤 고객이 가장 많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주정부와 지방정부들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위해 지역 봉쇄와 영업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그의 고객들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우리 고객(식당)의 95%가 하룻밤 사이에 없어졌습니다."

맥클렌든은 "나를 포함해 많은 지역 농가들이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만일 우리 같은 중소 농장들을 이대로 몰락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정부는 농가 지원책을 내놓고 있고 농가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지원·구제 및 경제안전에 관한 법’(CARES)을 제정하고 농업 생산자에 대한 원조에 160억 달러(20조원)를 배정했고, 여기에 별도의 농업 지원 자금을 추가했다.

농가들은 농무부가 지원 자금을 집행할 것을 기다리는 동안 중소기업청(SBA)의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을 신청했다. 그러나 농가가 급여 보호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지 여부에 대한 초기의 혼란으로 농가들의 신청이 지연되는 동안 이미 기금이 다 소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게다가 중소기업청의 긴급 대출 같은 다른 지원 조차도 지역 봉쇄령이 내려진 초기 몇 주 동안 농가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 결국 미국의 영세 농가들은 정부로부터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했다.

미국 농가를 대변하는 미국농장연합(Farm Bureau)의 베로니카 나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구제 법안으로 인해 분배될 지원금이 미 농가 전체를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단기적으로 최대한 많은 농장이 무너지지 않는데 도움을 주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도전들이, 노동력 부족과 농산물 관련 무역의 전세계적 혼란 문제와 겹쳐, 향후 미국의 식량 공급을 위협할 수 있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앞으로 그들이 익숙하지 않은 농산물을 먹게 되거나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거나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예전만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코넬대학교 다이슨 응용경제경영대학의 앤드류 노바코비치 농경제학 교수는 "우리는 언젠가 식품 선택권이 축소되었다는 것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면서 “그렇게 되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보다 통조림 식품을 더 많이 먹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무부 지원받지 못하는 농가 많아

국가 지속가능 농업위원회(NSAC)의 에릭 디블 정책국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나 학교, 기관, 식당에 직접 판매하는 농부들이 아마도 가장 큰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며 “그런 농민들이 기본 농작물 재배 농가나 대형 협동조합에 소속된 농민들보다 자금난에 더 취약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사회에 과일, 채소 같은 농산물을 판매하는 독립 농부들은, 밀, 옥수수, 수수, 보리, 콩, 땅콩 같은 기본 농작물(commodity crop) 재배 농부들과 달리 농무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의 코로나 상황으로 피해를 입은 그런 독립 농부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NSAC의 디블 국장은 "지원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들은 폭풍우를 견뎌낼 수 있지만, 농무부가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에게 자금을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돌아갈 몫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청 지원금 자격 까다롭고 시기도 늦어

정부는 SBA 지원금이 중소기업, 농부들을 포함한 전국민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청을 통한 지원금은 그 과정이 혼란스러웠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지원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 아직 승인조차 받지 못한 중소기업들도 많다. 사람들은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복잡한 웹사이트를 오랜 시간 탐색해야 했다.

농장연합의 나이 이코노미스트는 "SBA의 PPP는 농부들과 목장주들에게 너무 까다롭다. 농부와 목장주들의 자격 인정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맥클렌든도 PPP를 신청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지는 확실하지 않다.

맥글렌든은 SBA의 경제재난 특별대출(Economic Injury Disaster Loan)의 도움을 받기를 바랬지만 자신의 농장이 이 프로그램의 지원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맥글렌든은 이 사정을 지역 의회에 알렸고 4월 초 지역 의회는 SBA의 조비타 카란자 행정관에게 다음과 같은 공개 서한을 보냈다.

"우리는 중소기업청이 많은 농가와 농업 기업을 경제재난 특별대출 프로그램에서 부적격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에 충격과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이들 농가와 농업 기업을 경제재난 특별대출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줄 것을 촉구합니다. SBA의 신속한 조치가 우리 사회에 중요하고 필수적 역할을 하는 가족 농장의 우려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며칠 후 맥글렌든은 지역의회로부터 SBA가 소규모 농부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경제재난 특별대출 프로그램의 자격을 변경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농장이 자격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차 경제재난 특별대출을 신청했다. 그는 신청이 승인돼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기금이 다 소진돼 또 뒷전으로 밀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