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글로벌 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악의 위기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으며, 오는 2분기 코로나19'발'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유연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인천항. 사진=박재성 기자

1분기 성장률 -1.4%..문제는 2분기
한국은행은 23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0조9703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 분기 대비 1.4%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1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1분기 소비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민간소비는 서비스 분야가 힘을 쓰지 못하며 -6.4%를 기록했으며 이는 IMF 위기 당시 민간소비가 -13.8%를 기록한 후 최악의 수치다.

수출은 -2.0%를 기록했고 수입은 -4.1%나 위축되는 등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소비와 건설투자 등 일부 항목에서 소폭의 증가세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 코로나19로 멈춘 인천항. 사진=박재성 기자

문제는 2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악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2분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3분기와 4분기에 전체 경제 상황이 서서히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위 U자형 곡선을 그리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2분기 성장과 고용에 가해질 하방압력을 버텨내는 한편 내수·수출 등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 말했다. 2분기 경제가 크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역량 집중을 위해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한시적으로 ‘비상경제 중앙대착본부’로 확대 전환한다는 방침도 나왔다.

▲ 인천항. 사진=박재성 기자

기업의 표정은?
1분기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국내 주요기업의 성적은 한 마디로 '준수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23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 7조1989억원, 영업이익 8003억원, 순이익6491억원을 기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반기도 준수한 실적을 자신하고 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국가가 연간 GDP 역성장이 예고되고 있으며 국가별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경기도 2분기부터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도 "하반기 수요는 글로벌 경제 활동 재개 추이에 따라 변할 것이고, 즉각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날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영업적자를 다소 줄이는 것에 성공했다. 매출 4조7242억원, 영업손실 3619억원, 당기순손실 1989억원을 기록했다. OLED TV 판매가 주춤하는 한편 코로나19의 타격을 피하지는 못했으나  LCD 판가 상승과 환율이 적자폭 개선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고 재료비 절감과 투입비용 최소화 노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코로나 19가 촉발한 리스크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어 향후 수요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어려운 국면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재택근무 및 온라인 활동 등으로 IT 제품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며, 자사가 차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IT 제품의 수요확대와 같은 기회요인을 최대한 활용하고 재고 및 자원투입을 최소화하면서 현금관리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1분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6% 증가한 25조3194억원이며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4.7% 증가한 8638억원으로 집계됐다.

▲ 사진=최동훈 기자

글로벌 도매 판매량이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원·달러 가치가 지난해 1분기 1125원에서 올해 1분기 1193원으로 크게 하락한 영향으로 실적이 소폭 상승했다. 신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제품 중심으로 믹스를 개선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점도 자동차 부문 매출액을 향상시키는데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IT 기업인 네이버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역시 호성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 1조7321억원, 영업이익 2215억원을 거뒀다고 23일 공시했다. 매출은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부문의 매출 확대와 네이버페이 및 웹툰의 성장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 전 분기 대비로는 27.7% 증가한 2215억원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주요 사업부문의 연결 영업이익은 3074억원이다.

국내 전자산업의 핵심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에서 1분기 호실적이 나온 가운데 IT 기업도 현 상황에서는 코로나19의 타격을 유연하게 넘기는 것에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모두 '진짜 위기는 2분기부터'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경우 1분기 호실적을 거둔 상태에서 하반기에도 수요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마땅한 플랜B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SK하이닉스는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각국의 장비 업체, 부품 업체의 이동 제한이 발생하고, 출입국 부분에서 규제가 가해지면서 장애요인"이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실질적으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도 초조하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코로나 19가 촉발한 리스크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어 향후 수요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현대차도 2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적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도 2분기를 우려하고 있다. 1분기 광고 매출은 하락했으나 비대면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뒀지만, 역시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이 팽배하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2분기가 승부처"라고 말했다.

▲ 출처=아시아나항공

기간산업은 이미 '비명'
2분기 최악의 위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국내 기간 산업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중이다.

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조7000억원의 유동성 공급을 결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금을 넘기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아시아나 항공도 내부적으로 ‘필사즉생’의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 월 한달간 실시했던 전직원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연장하고, 5월부터 사업량 정상화될 때까지 매달 전직원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한편 캐빈승무원, 국내 공항 지점 근무자 대상으로 5월 이후 2개월 단위로 유급 휴직 신청을 받는다. 급감한 매출 회복을 위해 전세기 및 화물기 영업에도 속도를 낸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도 비상이다.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휴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 사진=이가영 기자

두산중공업도 위기다. 한국수출입은행이 21일 두산중공업을 대상으로 6000억원 규모의 외화공모채에 대한 대출 전환을 승인함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급한 불을 껐지만,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 두산솔루스를 비롯해 두산메카텍, 두산퓨얼셀 등의 매각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는 한편 임직원 급여 반납 등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대책이 강행될 예정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24일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미 신용등급 전망은 하락일변도다.

▲ 출처=두산중공업

결국 1분기 국내 기간산업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고, 2분기에는 본격적인 퍼펙트 스톰이 시작되며 1분기 위기를 넘긴 기업들도 '앞 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은 물론 각 기업의 강도높은 자구책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