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의 폭락. 지난 20일 WTI(서부텍사스유)는 -37.63달러까지 떨어지며,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다. 이후 다시 플러스권으로 올라오긴 했으나 여전히 대폭락장인 국제 유가. 지난 22일에는 전일 대비 19.10% 급등하며 13.78달러로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큰 변동성에 국제 유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저점 매수라는 생각에 겁 없이 뛰어드는 중이다.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 상품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아직도 유입되고 있는 중이다.

▲ 개인 순매수거래대금(단위 1원). 출처=한국거래소

"논리적 기대 VS 비논리적 투기"

지난 3월 말 이후 유가 선물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산시장에서 왜곡됐던 가격이 결국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했던 과거의 경험, 또 다른 하나는 에너지 업종의 위기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해결책에 대한 기대감 등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의 가격 회복 경험과 에너지 업종에 대한 위기 해결 등에 따른 유가 회복 기대는 논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에 근거한 몰빵 장기 투자는 비논리적인 투기"라고 지적했다.

금융 시장의 기능 회복과 함께 국제 유가의 상승을 전망한다면 이는 논리적인 기대겠지만, '많이 하락했으니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에 따른 투자라면 이는 비논리적인 투기라는 설명이다.

▲ 원유 선물 파생 상품의 괴리율. 출처=한국거래소

실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원유 선물 상품에 몰리자 실제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괴리율이 치솟았다. 이에 결국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H)과 미래에셋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ETN,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 ETN, QV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H) 등 총 4개 상품의 거래가 정지되고 말았다.

문제되는 WTI 선물 상품 어떤 구조?

유가 폭락에 따라 최근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상장지수증권) 상품이 논란이다.

우선 이들 상품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 상품으로, 현물이 아닌 선물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선물 투자는 미래의 일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인수할 것을 약정하는 파생 상품에 대한 투자다.

쉽게 설명하면 원유는 현물로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를 현물로 사서 보관했다가 다시 판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물로 투자를 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국제 유가는 지난 22일 13.7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7월물에 대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가격은 18달러 수준이다. 이는 7월쯤엔 유가가 18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오는 7월 유가가 그 이상으로 올라야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만일 7월 유가가 25달러까지 오른다면 7달러의 이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즉 주식과 같은 접근으로 쌀 때 사서 장기간 보관한다는 생각으로 원유 선물에 투자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김도현 수석연구위원은 "원유 선물 투자로 돈을 벌려면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 보다 더 빠르거나 강하게 국제 유가가 올라야 한다"며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은 현물에선 가능해도 선물에선 안 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거 2015년 당시에도 유가가 많이 빠졌다가 2016년에서 2018년까지 많이 올랐지만 원유 선물 상품에 대한 수익률은 높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리스크는 롤오버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 상품에는 현물 투자와의 차이 외에 롤오버(만기 교체)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 상품의 경우 가장 큰 리스크는 매달 롤오버 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차근월물(다음 만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유는 매월 차근월물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근월물(가까운 만기) 가격이 차근월물 가격보다 높은 상황이면 투자 리스크는 크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급 과잉이 나타나면서 원유 보유 비용이 오르고 콘탱고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콘탱고 현상은 차근월물이 근월물 대비 비싸지는 것을 말한다. 즉 매달 도래하는 선물 만기 때 근월물을 매도하고 차근월물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콘탱고는 결국 롤오버 비용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황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에 황 연구원은 원유를 싸게 매수해 원유가 오른다할지라도 매달 롤오버하면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큰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5월물 만기를 앞두고 5월물과 6월물의 콘탱코가 50달러 가까이 차이나는 것은 역사적으로 처음 봤다"며 "실제 한 달에 배럴당 50달러까지 나올 수 있다고 보면, 베이스가 50달러가 돼도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10~20달러라면 상장폐지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설명하면 유가가 10달러 수준으로 거래되면 5월초부터 6월물, 7월물 차이가 10달러 이상 날 경우 롤오버 비용만 10달러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즉 기준 가격보다 롤오버 가격이 크니 해당 상품의 가격 자체는 제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원유 선물 상품에 대한 투자를 하기에는 적기가 아니라는 게 황 연구원의 분석이다.

▲ 일별 거래 대금(단위 1원). 출처=한국거래소

투자 때 놓치면 안 되는 것들

그렇다면 이처럼 변동성이 큰 원유 선물 상품의 투자자들이 놓치면 안 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박종길 금융감독원 금융상품분석실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원유 관련 상품에는 투자를 안 하는 게 최선"이라며 "지금 시장에 들어가는 건 도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가피하게 투자를 하게 된다면 상품의 성격을 정말 잘 알아야 한다"며 "잘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우선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선물 상품이 결국 현물 인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많은 투자자들이 모르고 있음을 설명했다. 현물 인수의 경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를 처분하고 다음 상품을 사야한다. 이에 늘어난 처분은 선물 가격을 급락하게 만든다.

또 롤오버 리스크로 인한 가격 자체의 큰 변동성에 따른 손실도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음을 박 실장은 강조했다.

그는 "저점 매수 하나만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이미 투자를 했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김도현 수석연구위원의 경우는 "자신이 투자한 원유가 몇월물인지, 근월물 혹은 차근월물인지, 현재 순자산가치와 괴리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즉 자신이 정상적인 가격에 원유를 사고 있는지 확인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롤오버 없는 원유 관련 주식형 ETF에 투자“

폭락한 유가에 대한 투자가 현재 위험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개인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김도현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유가가 상승할 경우 이보다 더 상승할 수 있는 자산이 있다"며 미국의 테크 업종을 추천했다.

이는 실제 과거 유가가 떨어졌다 회복됐을 당시 테크업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 상품들의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황병진 연구원의 경우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판단될 경우 투자를 시도할 것을 귀띔했다. 다만 ETN, ETF 상품이 아닌 롤오버 리스크가 없는 원유 생산 기업과 관련된 주식을 사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금 다른 과세 체계 주의

ETN 상품의 경우 과세체계가 달라 투자자들의 주의가 집중된다. ETN은 일단 거래세가 없다. 그러나 거래세 대신 배당소득세 15.4%를 과세한다. 수익이 난 금액의 15.4%가 세금으로 나간다.

만일 추자자의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라면 금융소득종합세가 되기 때문에 세율은 더 높아진다. 최대 수익의 42%까지 세금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수익은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주식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100만원을 벌면 다 내 것이 되나 ETN은 대박을 낼 경우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

원유와 같은 원자재 ETF는 수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